인디언의영혼

[스크랩] 자연에서 배운다 - 양들의 침묵?

문근영 2015. 10. 13. 02:55

자연에서 배운다 -  양들의 침묵?  

화<禍>를 자초하는 순응

침묵은 금 아닌 죽음

 

 

 

남아메리카 대륙을 보면 남극 쪽으로 꼬리처럼 길게 뻗어 내리는 곳이 있다.

파타고니아라고 불리는 널따란 고원과 평원이 그곳인데, 이곳은 남한 면적의 10배나 될 만큼 광활하다.

대부분 척박한 곳이어서 사람이 많이 살지는 않지만 대신 이곳에는 수십만 마리의 양들이 살고 있다.

덕분에 이곳의 터줏대감인 퓨마와 여우들은 ‘아주 자주’ 이들을 양식으로 삼는다.

 

물론 농장주라는 존재가 눈을 부라리고 있지만

일 년 내내 먹을 게 궁한 이들에게 이곳의 양들은 말 그대로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운 먹잇감이다.

너무나 ‘순한’ 까닭이다. 어느 정도로 순하길래 그럴까?

 

이곳 양들의 ‘순함’은 놀라울 정도다.

어두운 밤에 양들을 습격해도 이들은 도망을 가거나 방어자세를 취하기는커녕,

그저 겁을 잔뜩 먹은 채 움츠리고 있거나, 벌벌 떨면서 자기네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한다.

더욱 ‘기특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이빨에 처참하게 당하면서도 양들은 놀랍게도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다.

물론 다른 양들도 숨을 죽인 채 그대로 있을 뿐이다.  

농장주들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소리를 내야 구해 줄 수 있는데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조용히 죽어 가니 말이다.

지금도 이곳에 사는 수많은 양들은 여전히 수시로, 수없이 당하고 있다.

조용히 말 그대로 희생양처럼 사라진다. 이곳의 양들은 가혹한 운명에 말없이 승복하는 것일까?

 

동물전문가 비투스 B. 드뢰셔가 이곳의 농장들을 방문했을 때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그가 농장주들에게 들은 얘기는 더 놀라웠다.

언젠가 관광객들이 데리고 온 개가 양의 우두머리를 갑자기 쫓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추격을 받게 된 양의 우두머리는 겁을 먹은 나머지 가파른 강변으로 달려가더니

그대로 깊이 8m나 되는 강물로 뛰어들어 버렸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우두머리를 따르던 양들이 전부 벌벌 떨면서 그 뒤를 따라 강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나중에 보니 270여 마리에 이르는 양들이 단 한 번의 단말마도 없이 뛰어들었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여기엔 슬프고도 긴 ‘역사적인’ 사연이 있다.

양들은 지금으로부터 9000여 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오면서 인간에게 너무나 많이 길들여졌다.

인공적으로 수없이 품종개량을 당해 온 것이다. 아니, 어쩌면 양들은 길들여져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양치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수많은 양들이 머리를 들이대고 달려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성향을 가진 양들은 모두 제거됐다.

 

그런데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순응을 하다 보니 하지 말아야 할 순응까지 하게 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침묵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가리지 못하고,

무조건 주어진 현실에 순응해 버리는 안타까운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양들의 침묵’은 바로 이런 내용에서 따왔다).

 

결과적으로 ‘양들의 침묵’은 가치 없는 침묵이 되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을 맞았을 때 방법을 찾아보기보다는 그냥 포기하고 체념해 버리는 탓에

정말이지 끽 소리 한 번 못 내고 삶을 마감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백제가 멸망하자 낙화암에서 뛰어내린 3천 궁녀처럼 강물에 뛰어든 양들 또한

우두머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에다가 겁을 먹은 결과였다.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뒤따라가다가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반면에 야생 양들은 예전부터 그래 왔듯이 지금도 보초병을 세운다.

그래서 위험이 다가온다는 ‘사이렌’이 울리면 평소 잘난 척하고 거대한 뿔을 자랑하던 수컷들은 도망가지만

새끼들을 챙겨야 하는 암컷들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생명을 지켜 낸다.

 

자연에서는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서광원<생존경영연구소장>

 

 

Love Of a Silent Moon - Cecilia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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