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계명문화상 시 부문 가작]
열하일기
전영아
벽이 열렸다 닫히고 나는 열대에 들어왔다
투명한 저 벽을 경계로 온대와 열대가 극명하게 구분된다
먼저 온 누군가가 엎어 논
달구어진 사막을 내가 다시 뒤집어 엎어놓는다
여기는 지금 극한의 건기
구름이 낮게 깔리고 하늘이 가까워지기를 기다리 듯
더위 속에서 우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몸이 된다
데스벨리나 칼라하리 사하라 아니면 타클라마칸 그 어디쯤일 것이다
여우와 전갈의 사막이 펼쳐지고
바람과 시간이 만들어 놓은 물결 같은 모래의 길을 따라
길을 잃고 미라가 된 누군가의 애타는 손길도
터번을 쓴 대상의 낙타가 가시풀을 씹어 제 피를 삼켜야하는
불가해한 목마름의 문제도 여기 있다
지금은
양머리를 덮어 쓴 채 호흡을 조절해야 하는 전전긍긍의 시간
어디서 왔는지 핫팬츠가 냉커피로 호객 행위를 한다
이 건기의 열대에선 뿌리치기 힘든 유혹
그사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열하에서
사막은 두어 번 더 거꾸로 뒤집혀 내려 쌓이고
숨을 헐떡이며 이 열대에 들어온 이유를 곰곰 생각중이다
벽이 열렸다 닫히고 또 다른 양머리가 열대로 들어온다
짧은 순간 사바나의 바람이 뒤따라 들어왔다 갇힌다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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