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작>
구두를 벗다
최은묵
수염은 뭔가 말을 하려고 밤새 입 주변에서 자랐다 아이는
면도기 속에 수염을 먹고 사는 곤충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면도기 보호망 속에서 먼저 살았던 부스러기들을 털어낸다
어제 짐을 싸던 손에 청하던 김 과장의 악수는 어색했고,
오늘 구두 대신 아내 몰래 신은 운동화 밑창이 그러하다
발바닥이 낯설다 버스정류장은 운동화로 바뀐 걸음을
알아보지 못했다 정류장을 지나 전에는 열려있었을 하천을
걸었다
굴속을 흐르던 아침이 한꺼번에 입 냄새를 쏟아내는
복개가 끝난 하천 수풀 옆
은밀히 따뜻했을, 버려진 좌변기가 더럭 구멍 난 옆구리로
방귀를 뿜는 중년의 끝자락
살을 비집고 나온 수염이 말을 한다 아내가 듣기 전에
전기면도기에 살고 있는 곤충이 토독토독 수염을 먹어치운다
<2007년 제9회 『수주문학상』 대상>
출처 : 수천윤명수시인과함께
글쓴이 : 수천/윤명수&짝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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