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수주 문학상 우수상
박새의 장례식
김우진
벚나무 가지에 하얀점박이 새울음이 걸려 있다 요란한 울음에 꽃들이 화르르 무너진다 안절부절, 이 나무 저 나무를 콩콩 뛰어날며 마음을 땅에 내려놓지 못하는 저 박새, 품고 살아온 내 안의 통한 같은 긴 소리, 바람이 눈물을 지우려고 따라 다닌다
벚나무 뒷담, 끈끈이 쥐약통에 붙은 수컷, 눈을 뜨고 죽었다 나동그라진 비명이 서늘히 식었다 허공을 박차던 힘찬 날개는 고요히 접혔다 곁을 맴도는 암컷, 마음이 다급하다 사흘을 굶은 저 곡소리, 벚나무가지가 철렁 내려앉는다
봄꽃들도 문상을 한다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이 새울음을 쓰다듬는다 조문객으로 끼어 든 봄비의 눈시울이 촉촉하다
해 질녘 꽃비 내리는 벚나무 아래 새를 묻는다 찌찌찌, 마지막 울음도 함께 묻힌다 그제서야 마음을 내려놓고 포르르 빗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꽃잎이 새의 무덤을 덮는다
출처 : 수천윤명수시인과함께
글쓴이 : 수천/윤명수&짝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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