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스크랩]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문근영 2015. 4. 17. 08:18

*소백산엔 사과가 많다

김 승 해


소백산엔
사과나무 한 그루마다 절 한 채 들었다
푸른 사과 한 알, 들어 올리는 일은
절 한 채 세우는 일이라
사과 한 알
막 들어 올린 산, 금세 품이 헐렁하다

나무는 한 알 사과마다
편종 하나 달려는 것인데
종마다 귀 밝은 소리 하나 달려는 것인데
가지 끝 편종 하나 또옥 따는 순간
가지 끝 작은 편종 소리는
종루에 쏟아지는 자잘한 햇살
실핏줄 팽팽한 뿌리로 모아
풍경 소리를 내고
운판 소리를 내고
급기야 안양루 대종 소리를 내고 만다

어쩌자고 소백산엔 사과가 저리 많아
귀 열어 산문(山門)소식 엿듣게 하는가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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