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스크랩] 얼룩말 감정/최문자 (2014.시와표현 작품상 수상작)

문근영 2015. 3. 7. 01:36
    얼룩말 감정 최 문 자 재가 된 그를 북쪽으로 가는 거친 파도 위에 뿌렸지만 그는 익사하지도 떠오르지도 않았다 죽음은 아무래도 내게 잘못 보내주신 낯선 짐승 도심 어느 골목에 멍하니 서있는 얼룩말 한 마리 그가 없는 밤이 가면 밤이 왔다 우리만 모두 살아있는 새벽 내다버린 유품들이 비를 맞았다 죽음은 한 장을 넘기면 또 한 장의 털이 다른 가슴 무턱대고 퉁퉁 불은 후회의 조합들 얼룩말의 감정을 만드는 모조 같은 하양과 검정 부스럭거리며 살아서 온다 전에는 닳도록 시만 썼는데 시에서 한 사람을 빼는 일 안보일 때까지 깜빡거리는 흑백의 잔등이다 검었다 하얘졌다 하는 심장 사이 하는 수 없이 숫자로 가는 눈물투성이 초침 사이 내일 켜질 불빛은 또 다른 검정 내가 아닌 그도 아닌 이것은 어떤 잠일까 스칠 때마다 슬픈 소리가 났다 세상은 언제부터 나를 마구 읽어내는 격렬한 독자가 되었나 -〈시와표현〉 2014년 봄호 At Your Side - Ernesto Cortazar
출처 : 향기 가득한 글사랑
글쓴이 : 다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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