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스크랩] 1991년 중앙일보 당선작

문근영 2015. 3. 7. 01:35
심사평 : 김주연 , 오세영


최근 몇 년의 일반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개성있는 작품, 무언가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작품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 유감이었다. 대체로 투고시들은 사변적이고 직설적인 것들이 많았다. 메시지 전달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투고자들이 시적 형상화라는 측면을 소홀히 생각하지 않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유행을 추수하고 있는 듯한 인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는 시이어야 할 것이고 신인은 참신한 개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당선작인 '우리가 매다는 장식은'은 다소 거칠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매끄럽거나 산뜻하게 정리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자신의 목소리를 지니고 대상을 투시하는 눈이 날카롭다. 사소한 일상의 사물을 통해 삶의 역설적 측면을 인식하는 그의 상상력도 풍부하다. 이 모든 것들은 그의 문학적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한다.
 

당선시 : 우리가 매다는 장식은


 
 
박영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우리가 매다는 장식은
 
우리가 매다는 장식은
서로를 빛내주고, 빛나게 하는 보석이다
누구나 장식을 하며 살아가는 시대
장식이 없다며 떠드는 자들의
말, 그것 또한 장식이다.
장식을 매달기를 바라는 자들의 꿈, 그것 또한
장식이다. 장식천지의 세상에
우리의 공허는 깊어만 가고
여자들은 공허의 무게만큼
옷을, 보석을 매단다
사내들은, 장식을 매단 자들을
장식이 아닌 듯 장식하고, 또 하나의
장식을 꿈꾼다. 웃음소리, 그 빛나는 장식음을
우리는 결국, 얼마간 서로를 장식하고 나면
하늘을 장식하는 별들이다. 누군가에 의해
보리씨앗처럼 땅에 던져진 우리는
서로를 장식하기 위해, 닦아야 한다.
우리의 웃음을 윤이 나도록 닦아
우리의 하루에 금시계로 걸어 놓아야 한다.
비록 짧게 똑딱거리다 멈출지라도
우리의 장식이 가 닿지 못하는, 우리의 공허를
가득 채우는 장식음, 빛나는 보석음을 장식해야 한다.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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