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스크랩]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갈매새, 번지점프를 하다 - 박복영

문근영 2015. 1. 1. 10:32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갈매새, 번지점프를 하다 - 박복영

 

 

 

 

 

 

 

 

▲ 그림=권휘원

아찔한 둥지난간에 올라 선 아직 어린 갈매새는 주저하지않았다.
굉음처럼 절벽에 부딪쳐 일어서는 파도의 울부짖음을
두어번의 날갯짓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어미가 날아간 허공을 응시하며 뛰어내린 순간,
쏴아, 날갯짓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강하던 몸이 떠올랐다.

한 번도 바람의 땅을 걸어본 적 없으므로 가는 발가락은 오므린 채 가려웠다.
하강은 추락을 꿈꾸지 않는 법.
가슴 깃털을 헤집고 파고드는 처녀비행의 속도는 두려움이 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밀려와 절벽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꽉, 물고
허공에 길을 찾는 갈매새가 잠시 수평선을 읽었다.
굽은 부리에서 거친 파도의 현이 흘러나오자
휜 바람줄을 따라 기우는 날개가 다시 팽팽해졌다.

태어나서 처음 바람을 거스르는 동안 갈매새는 바람의 부피를 다 가늠할 수 있을까.
포물선의 꼭지점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슬아슬한 궤적이 허공에서 지워지고 바람줄을 따라가며
바람이 풀어놓는 행의 단서를 찾는 동안 가슴 가득 차오르는 생의 씨앗들.

의문들이 빠져나올 때마다 날개가 책장처럼 펄럭였다.
갈매새가 날개를 당기며 내려다 본 벼랑 끝엔
벗어둔 신발 같은 텅 빈 둥지 옆으로
누군가 방생한 키 작은 해국들이
코카콜라 병뚜껑 같은 머리에 노랗게 흰 뼈를 우려내고 있었다.

출처 : 대구문학 – 시야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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