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제신춘문예 시 당선작] 권삼현
집배원/권삼현
그동안 뭐 했냐고 묻지 마라
우체국으로 걸어간 봄은 온통 꽃 필 생각이다
울퉁불퉁 생긴 대로 볼품없는 세월
집배실 옆 차르르르 햇살 엎질러진 모과나무는 안다
향기란 어쩌면 제 몸을 뚫고 나오는 연둣빛 새순 같은 것
오늘도 백오십리길
꽃 소식 앞장세우고 배달 나가는 집배원
빨간 오토바이 휘청이도록 봄바람 분다
풀빛 연애편지는 내가 업어주고 싶은 것들
바람 불고 황사 자욱한 땅에 모과나무는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꽃 필 생각이다
봄을 찾아 가다가 막막했던 모든 것들이 꽃길이다
번지가 지워진 봄날의 주소를 한 땀 한 땀 기워가며
환한 우표로 들여다보았을 그처럼
제 몸에 감춘 것들은 기다리다가 꽃이 된다
아침 오는 길목 푸른 물길 지피는 봄바람 속에
우리 살아가는 동안 봄날이다
꽃 피는 나무다
출처 : 시 숲 길
글쓴이 : 소연 원글보기
메모 :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갈매새, 번지점프를 하다 - 박복영 (0) | 2015.01.01 |
---|---|
[스크랩] 2014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장독대가 활짝 피었다/봉윤숙 (0) | 2014.01.07 |
[스크랩]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시 부문 (0) | 2014.01.02 |
[스크랩] [송지은]피운다는 것은 - 2014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 (0) | 2014.01.02 |
[스크랩] [노동주]시소가 있는 풍경 - 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0) | 2014.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