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침의 시] 소풍 / 우대식 |
| 소풍 우대식 귓 속에 재봉틀 소리가 산다 야적장에 함박눈 내리는 밤 재봉틀 소리가 촤르륵 촤르륵 누워 자는 내 어린 가슴위로 굴러간다 엄마가 발 구르는 소리였던 것 반야심경 구절구절이 흘러가는 소리였던 것 온 땅과 온 하늘이 맞서는 밤이었을 거다 양철 함지박에 눈이 쌓이고 플라스틱 챙에 눈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엄마와 재봉틀 소리가 촤르륵 촤르륵 머언 소풍을 가던 것 그 곳에서 아주 살았던 것 1963년 가을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에 의해 기성복이 처음 선 보이기 이전에는 주로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옷을 입었답니다. 그러므로 재봉틀은 결혼하는 여성의 혼수품 중 필수품목 중에 하나였지요. 안방 한 귀퉁이에 수놓은 천으로 소중하게 덮어놓은 재봉틀은 어머니의 소장품이자 애장품이기도 했어요. 병약했던 유년시절 친구대신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헝겊인형과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요지경을 가지고 놀다가 심심해지면, 덮게 씌워진 발재봉틀 속에 숨어서 재봉틀 발판을 가만가만 구르면 “촤르륵 촤르륵” 재봉틀 바퀴 돌아가는 소리 동무하여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상상의 나라로 들어 갈 수가 있었거든요. 이른 저녁식사 후 어머니께서 재봉틀에 앞에서 발을 구르시면, 재봉틀 위에 천들이 오른 쪽으로 왼쪽으로 앞으로 뒤로 움직이고, 드디어 소공녀나 입을 것 같은 예쁜 원피스가 방긋 미소를 던지던 그 마술의 시간을 어찌 잊을 수 있겠어요. 함박눈이 마치 “온 땅과 온 하늘이 맞서는”것 같이 퍼 붓는 밤, 팔벼개를 하고 누워 있으면 눈 오는 소리에 오버랩 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선연히 떠오르지요. 추억 속으로 가만히 한발을 들여 놓으면 “함박눈이 내리는 밤” 어머니가 돌리는 재봉틀 소리가 “촤르륵 촤르륵” “누워 자는 내 어린 가슴 위로 굴러가는”소리에 귀가 밝아지는 시간, “나와 엄마와 재봉틀 소리가” “머언 소풍을 가던”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가 있을까요. 눈 오는 밤 여러분도 유년의 추억 속으로 “소풍”을 떠나 보시면 어떨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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