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입술을 오므리는 버릇

문근영 2014. 4. 11. 15:15

 

 

입술을 오므리는 버릇

 

                                                             김춘순

 

 

 입술을 오므리는 버릇이 있는 것들은 月에 대한 기억이 있다

 

달이 찾아드는 저 꽃의 맨 처음 기억들은

환 한 시간에는 늘 오므려져 있다

 

꽃잎의 어둠들이 떨어지는

환 한 한 낮

어두운 곳에 고여 있는 상처들

어두운 곳과 어두운 것들이 벌어지는 때를 만난다.

그러고도 소멸되지 않는 흉터는 꽃이 된다.

 

원래 저 꽃의 씨앗은 달에서 떨어졌다

아득한 들녘, 달빛을 말아 쥐던 밤

구멍과 구멍 사이 바람을 부리던 팽팽한 근육들 풀고

달의 흔적을 할퀴던 손톱자국이 굵어져 생긴 저

물소리 나는 흰 상처에

훌훌 뿌려진 꽃의 씨앗

 

바람의 뒤를 따라 살짝 꽃잎에 드는 시간

내 입술을 다녀온 혀는

변명이란 단어를 백과사전에서 핥는다.

밤에 피었으니

지는 일도 밤에 하겠다.

 

노란 오줌이 흘러내리는 천변에

황급히 구름바지를 올리는

흰 달.

 

 

          < 2011 문학청춘 봄호 게재 >

 

 

출처 : 다울문학
글쓴이 : 김춘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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