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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이건청 아버지의 등뒤에 벼랑이 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안 보이고 벼랑 만 보인다.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아버지가 산인 줄 알았다.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인 줄 알았다. 장대한 능선 들 모두가 아버지인 줄만 알았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푸른 이 끼를 스쳐간 이 큰 산의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는 것이라 고,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열리는 것이라고. 그때 나는 뒷짐 지고, 아버지 뒤를 따라갔었다.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비탈들을 앞장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몰랐다. 아들의 비탈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걸 나는 몰랐었다.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 지 고 내 뒤를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 보인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쫓기고 쫓겨 까마득한 벼랑으로 접어드는 내 뒤에 또 한 마리 산 양이 보인다. 겨우겨우 벼랑 하나 발 딛고 선 내 뒤를 따르는 초 식동물 한 마리가 보인다.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실존 분석학’이라고 불리 우는 로고 테라피(Logo Therapy)학파의 창시자 Victor Emile Frankl 은 인간에게는 ”의미에의 의지( will to meaning)"가 있다고 보았다. 즉,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자유는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 하는 것, 자신만의 길을 결정하는 것”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은 “의미에의 의지”를 가지고 의미화 목표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보았다. 동일시(identification)란 타인의 감정, 태도, 행위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내면화(internalization)하는 과정으로 유아의 사회화(socialization)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인 방어기제이다. 유아들은 자신을 둘러싼 중요한 타인을 동일시함으로써 자아개념(self-identity)을 형성하고 확장시켜간다. 특히 4세에서 5세경의 외디프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시기의 남아들에게 아버지는 남성적인 모든 것을 동일시하게 되는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타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남아들에겐 “아버지가 산” 으로 인식되기도 하여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 처럼, “장대한 능선/들 모두가 아버지”의 모습으로 어린 아들의 동일시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 된 아들도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 지/고 내 뒤를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 보게 되는 시기에 이르러서야 인간으로서의 아버지 본래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의미에 의지( will to meaning)“로 오늘도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비탈들을 앞장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끌어안아 들이“시고 “아들의 비탈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우리들의 아버지! “아버지, 사랑합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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