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의 홀로 사는 집 / 나민애(평론가)
동화 안에 그려진 그림--시
이영춘 시인의 작품은 단순한 듯 보이면서도 참신하다. 시를 읽어가다 보면
쉽게 장면이 보이고 그 장면 안에서 이어지는 동선을 그려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마치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동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읽는 듯한 효과을 전달한다.
어린 아동에게 읽히는 동화일수록 그림이 매우 중요한데. 아직 글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와 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동화책에는 사실적인 삼화보다는 색감과 형태에 일종의 말이나 의미가 담겨 있는 그림이 사용된다.
어떤 글이 인쇄되어 있지 않아도 누구나 그 책을 통해서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단순하고 짧지만 동화책 중에서는 이런 종류의 책이 가장 만들기 어렵다.
댓돌 위에 신발 한 켤레
그린 듯 누워 있다
지붕 위에서 놀던 햇살이 자박자박 걸어 내려와
몰래 신발을 훔쳐 신어보고 달아난다
조그만 쪽창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 눈가 있을까?
궁금한 낮달이 기웃거리다 그림자 남기도 돌아간다
쪽마루 밑에 숨어 지켜보던 들고양이, 냉큼
댓돌로 뛰어 올라가 방안을 들여다 본다
거기, 마른 새우 등처럼 웅크린 어머니가
홀로 관棺으로 드는 길,
그 길을 내고 있었다
이영춘의<홀로 사는 집>전문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1년.11-12월호
인용 작품은 어린 아이의 마음이 눈으로 읽는 그림 동화책, 억지 주입이나 설명이 없는 그런 동화책이다.
이런 작품을 쓴 시인이라면 삶을 맑고 자연스럽게 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늙으신 홀어머니가 혼자 쓸쓸히 산다는 마지막의 장면은 독거노인의 비참한 현실이나 노년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분위기로 드러날 수 있는 주제다. 그러나 이 주제가 당위적으로 특정한 표현 방식을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의 동화적인 포착 방식이 우리의 현실을 아름다운 진공 공간 속으로
옮기거나 왜곡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문제는 표현방식의 다양성에 있다.
구체적으로, 이 작품에 주목한 이유는 우리가 다른 여러 표현의 경로로
시대의 문제에 발언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때로는 문학인들마저 어떤 첨단이나 최신의 유행의 강박에 휘둘리곤 한다. 하지만 반드시 '첨예'라는
수식어가 붙어야만 좋은 작품인 것은 아니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이 닿아 있는 그 문제 제기를
우리는 직시해야 하며, 동시에 서정적인 본령을 수호하는 기왕의 독법이 스스로 위축되지 않도록 독려해야 한다.
우리는 가급적 많은 경향의 다양함이 제각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문학의 전체적인 길을 넓힐 필요가 있다.
동시에 주목하는 시인들, 시조에 주목하는 시인들은 이러한 문학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옹호될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영춘 시인의 작품 역시 형상화의 다각적인 시도에서 더욱 깊이 있게
읽을 필요가 있다.
-(2012년 문학사상 1월호 )p193-195
**나민애//1979년 충남공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 평론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계간<시와시><문학저널21>편집위원.
주요 평론으로는 <무성성의 사랑과 병중의 치유법=김남조론><여윈 신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여성 시학의 갈래화를 위하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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