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 아침의 시 / 이사라 - 회복 중이다

문근영 2014. 1. 19. 15:07

이 아침의 시 / 이사라

 

 

 

회복 중이다
 
가슴 위로
이만쯤 배 한척 지나는 일은
숨겨 두었던
푸른 눈물에 상처를 내는 일이다
 
거품처럼 요란한 그 길에서
기억은 포말처럼 날뛰고 뒤집어지고
그 위를
물그림자가 가고 있다
 
눈물 속에서 뿜는 용암덩어리가 스러지면
 
모든 길은 떠나거나 흐르거나
칼날 지나간 자국마다
그것을 견딘 힘을 본다
 
어느새 지워질 흉터의 길들처럼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그 길의
한 순간이 잘 아물어 있다
 
낯선 세계에 잠시 다녀온 듯
낮잠에서 깨어난 듯
 
 
# 신체화 장애(Somatization Disorder)란 억압된 심리적 에너지가 신체적 에너지로 옮겨가서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 합니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두통, 피로, 복통, 요통, 흉통, 위장 소화계통 장애, 비뇨기계통 장애, 심계항진 등이 나타난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지요. 그러나 즉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게 되면 무의식 속에 해결되지 못한 에너지로 응축되어 신체적 질환으로 전환되기도 한다는군요. 
 
일찍 부모님을 여읜 어머니께서는 부모님 돌아가신 달이 되면 식욕을 잃고, 조그만 일에도 눈물을 보이시곤 시름시름 아프셨지요. 며칠을 “거품처럼 요란한 그 길에서/기억은 포말처럼 날뛰고 뒤집어지고/그 위를/물그림자가 가고 있다/눈물 속에서 뿜는 용암덩어리가 스러지면” 어린 나에게 ‘어버이 은혜’를 불러 달라고 하셨어요. 두 손을 모으고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을 눈물이 그렁하신 채 보시고 나면 “낯선 세계에 잠시 다녀온 듯” 일상으로 돌아오셨지요.
 
어떤 이는 사랑으로 아프고, 어떤 이는 사회 속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아프고, 어떤 이는 가족 때문에 아프기도 하지요. 우리가 의미를 부여 했던 특정한 어느 달, 어느 날, 어느 시간들이 되살아나서 아프게 하기도 한답니다. 당신은 어떨 때 아픈가요? 그리고 어떻게 “회복”하는지요? “회복”되긴 하는지요? 자칫 시기를 놓치게 되면 신체화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답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