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시] 2009. 2.27
| 책임선정 나태주, 김성춘, 이상국, 윤강로 10번-윤석산/ 이건 영화가 아니다-최정례/ 후배에게-고은/ 제주에서 어멍이란 말은-정일근/ 간단하다-임강빈 / 신문을 집으며-윤석산 / 눈처럼 하얀 혹은 까만-김기상 / 새-나병춘 / 달리의 추억1-김경수 / 부부-문정희 / 제 5원소-강연호 탐욕 김초혜 무심코 그리면 날아가는 새의 숨소리도 그리고 떠난 자리 그 허공까지 그리는데 잘 그리려 하면 날아가는 새인지 앉아 있는 새인지 는앞이 흐린다 시집 [사람이 그리워서 ] 2008. 감상 ; 시가 어렵고 복잡해서 시에서 멀어지는 독자도 많다. 이 어려운 현실삶에서 시마저 마음의 짐이 되어서야! 시인은 지친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인간을 위한 시를 써야 할 것이다. 시적인 감동이 없이 어려운 시는 무겁다. 장식등이 어지럽게 반짝이는 번거로운 시에 식상하다가 김초혜의 <탐욕>을 읽고 시인의 비어서 울림이 큰 시세계를 느낀다. <사랑굿>으로 시인으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굳힌 김초혜 시인은 여전히 막강하다. 겂없이 시를 위한 의도적 장식을 과감하게제거할 수 있는 진실과 맑음이 크게 다가온다. ( 선자 ; 윤강 로) 봄날은 간다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시집 [못의 귀향] 2009. 감상 ; 좋은 시인들에게는 개별적이면서 공통분모적인 면이 있다. 그것은 무엇에건 '얽매이지 않음'이란 자유의식일 것이다.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두 곳의 신춘문예 당선으로 화려하게 등단한 김종철시인은 체험과 깨우침을 통해 존재하는 '나'를 시로 나타내고 있다. <봄날은 간다>는 마음 속에 파문짓는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유를 잘 드러내고 있다. 깨닫고 그 깨달음으로 무거워지지 않는 허허로운 경지가 잔잔하게 다가온다. ( 선자 ; 윤강로 ) 10번 尹錫山 우리형제들이 대기하고 있는 중환자실로 운구 커터가 옮겨져 왔다. 중환자실에서 안치실로, 곧바로 하강하는 엘리베이터를 거쳐, 이승이 아닌 듯 온통 환한 불빛만이 있는 구불구불 끝날 것 같지 않은 복도를 지나, 우리는 그렇게 따라 갔다. 철문은 열리고 닫히고, 벽에 설치된 철제 박스 문도 열리고 닫히고, 묵묵히 운구 커터만을 밀고 오던 '그'가 죄인의 모습으로 뒤 따르며 도열하고 서 있는 우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10번입니다. 이 번호를 잘 기억하셔야 합니다." 이제는 '그'가 정해준 10번이라는, 번호로 당분간은 기억되어야 하는 어머니. 세상은 이제 이승인 듯 아닌 듯, 온통 하얀 불빛일 뿐이었다. (2009년 정신과 표현.1.2월호)에서 * 제목이 <10번>이라니! 시 제목이 뭔가 확, 호기심을 땡긴다. 행간 속에 무언가를 숨겨두고 진행시키는 복선, 즐겁다. 시인의 시선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시를 찾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 이라는 그 비극적 체험을, 시적 화자(시인)는 냉정하고 절제된 감정으로 마지막 길을 추적하고 있다. 다큐 카메라의 눈 같은 예리한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철문이 열리고 닫히는 시체 안치실, 이승인 듯 아닌 듯, 온통 하얀 불빛뿐인, 구불구불 끝날 것 같지 않은 그곳, 오오.....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통과의례로 지나가야만 할 그 곳. (김성춘 선) 이건 영화가 아니다 최정례 덤불 밖을 내다보는 콩새의 작은 눈으로 먼 하늘을 달려온 첫 눈의 그림자가 아우성치며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파닥이는 심장을 돌려 콩새의 까만 눈이 덤불의 한 때를 가득 새기고 있을 때. 그러나 이건 영화가 아니다. 밤길에 불빛을 보면 집 생각이 나는 것처럼, 길 위에서 만난 눈빛은 다른 세상을 생각하게 하고. 지금은 세상 사람이 아닌 그가 죽기 전에 보낸 문자가 아직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다 어떤 나무는 부러지거나 불에 타게 되면 죽기 직전에 2천만 개의 씨앗을 만들어 흩뿌린다 는데, 그의 눈 빛 그리고 저기 불빛. * 누군가의 죽음을 그리워하며 쓴 시다. 시 속의 '그'가 누구일까? 화장장의 불빛,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그'가 보인다. 이건 분명 영화가 아닌 냉혹한 현실의 한 컷 이라는 얘기다. 이 시의 열쇠는,"그가 죽기 전에 보낸 문자가 아직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다"라는 귀절이다 시적 화자는 콩새의 작은 눈으로, 파닥이는 심장으로 불 속에서 타고 있는 '그'를 상상 한다 화자는 죽은 자와의 살아 온 시간들을 아프게 반추한다. 이시를 읽으며 나는, 지난 어느 겨울날의 삽화를 떠올렸다. 얼마 전 타계한 시인 오규원, 그의 장례식 날, 오규원의 제자인 시인이 화장장 한 귀퉁이에 서서 한 없는 슬픔에 잠겨 있던 모습을. (김성춘 선) 후배에게 고 은 국가는 섬세할 수 없단다 국가는 그냥 왈패란다 그럴수록 문학은 섬세해야 한단다 자네 문학이 행여나 떠밀리고 떠밀려 변방 읍내 호프집에 처박히게 될지라도 낙담 말게 더더욱 외따로 고개 저어 섬세하고 섬세할 노릇일세 장차 그 섬세함의 장관이라니 고은 시집 <허공> 중에서 * 노시인이 후배 시인들에게 하는 소리다. 그런데 여기서 <섬세>란 무엇일까. 사전을 보니까 ‘가냘프고 가늠’ 이라고 나와 있다. 국가는 왈패 같아도 시인은 섬세하라니, 고은은 국가의 체면을 생각해서 왈패 정도로 후한 점수를 주지만 사실 국가는 그 속성상 조폭이나 깡패와 다름 없다. 근현대사가 그렇고 현금의 이명박 정부 또한 그렇다. 문학이 변방 읍내 호프집에 처박힌지 오래된 것을 알면서 그렇더라도 계속 가냘프고 가늘라니, 또 그것이 나중에 장관을 이룬다니......노시인의 말씀을 안 들을 수는 없고 그래서 나는 그 <섬세>를 아름답고 깨끗해지라는, 가냘프고 가는 것이 시의 운명이라고 오해를 해본다. 낙담은 안한다. <이상국 선>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은 정일근 따뜻한 말이 식지않고 춥고 세찬 바람을 건너가기 위해 제주에선 말에 짤랑짤랑 울리는 방울을 단다 가령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이 그렇다 몇 발짝 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어머니라는 말에 어멍이라는 말의 방울을 달면 돌담을 넘어 올레를 달려 바람을 건너 물속 아득히 물질하는 어머니에게까지 찾아간다 어멍······,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나 o 이라는 바퀴 제 몸 때리듯 끝없이 굴리며 그리운 것을 찾아가는 순례자의 저 숨비소리 같은 것 <애지> 2009 봄호에서 * 영화 <워낭소리>가 국민적 관심 속에 독립영화로서는 최초로 백만 관중을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소 먹이러가서 고삐를 놓아주면 어딘가에서 배불리 먹다가 해질무렵 소는 워낭 소리를 울리며 나타나고는 했다. 어머니라는 말에 어멍이라는 방울을 달면 어멍의 o 은 제 몸을 때리며 어머니 계신 곳으로 한없이 굴러간다니 재미있고 그립고 슬프다. 강원도 양양지방에서는 어머니를 어머이라고 부르는데 표기야 어머이라고 밖에 못 하지만 어감이나 발음상으로는 거의 어멍이에 가깝다. 힘없는 어머니, 몇 발짝 가지 못하고 주저앉는 어머니라는 말에 어멍이라는 방울을 달자. 어머니가 바닷물 속에 계시든 고향 솔밭에 계시든 제 몸을 때리며 굴러가는 o 을 따라 가면 어머니를 만나겠지. ‘어멍’ 하고 불러보니까 ‘멍’ 소리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상국 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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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09/03/03 [22:37] 최종편집: ⓒ 문화저널21 | |||||||||||||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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