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아침의 시 / 강연호 |
말뚝
말뚝은 죽은 나무지만
죽은 나무는 죽어서도 버티어 서 있다 그 고집이 아프다
어찌 보면 말뚝이야말로 죽어서 사는 나무 아닌가
말뚝의 힘은 고집에 있다 그 고집은 가령
말뚝이라는 낱말의 모양새나 소리에도 무뚝뚝하게 묻어 있다
쉽게 뽑히거나 꺾이는 말뚝을 말뚝이라 할 수는 없다
그것이 그나마 말뚝의 고집을 달래는 방식일 것이다
물론 죽은 나무는 죽은 나무이므로
말뚝에서 새순이 트고 줄기가 벋고 잎이 무성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디 말뚝으로 박혔다면
왕년의 시간을 돌아보아도 좋을 것이다
다만 그때 다른 길이 있었다고는 말하지 말자
세상의 모든 세월이 그믐으로 가듯
세상의 모든 길이 결국 외길이었음을
새기지도 말자, 제 주위를 빙빙 돌았을 뿐이지만
덜렁 뽑히거나 꺾일 게 아니라
외곬의 고집으로 퉁명스럽게 버티다가
버티다가 마침내는 아예 땅속으로 머리끝까지 처박혀 버리는 것
그것이 말뚝의 최후이자 죽어서 영원히 사는 처음일
것이다
# ‘달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진정한 성공을 이룬 분이겠지요. 수많은 성공에 이르는 길 중에서 자신이 선택한 그 하나의 길을 가며 “쉽게 뽑히거나 꺾이”지 않고 “외곬의 고집으로” “말뚝”을 박은 사람인거지요.
그러므로 “어디 말뚝으로 박혔다면/왕년의 시간을 돌아보아도 좋을 것”이예요. 다양한 욕망과 가능성을 스스로 가지치고 한 길을 가면서 평생을 배우는 자세로 노력하고 눈앞의 성공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도 겸손과 배움의 자세를 간직한 분이며, 자신이 “말뚝”이 되어 “그때 다른 길이 있었다고는 말하지 말자/세상의 모든 세월이 그믐으로 가듯/세상의 모든 길이 결국 외길이었음을” 실천적 자세로 보여주는 분이 바로 ‘달인’인거지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설익은 아마츄어들이 판치고, 비천과 비속함을 바이러스처럼 퍼뜨리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에 “말뚝”을 박고 “고집스레” 외길을 가고 있는 겸손하고 말없는 ‘달인’들이 역할모델(role expect)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하지 않을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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