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김종해
아버지와 아들
사춘기가 끝나가자 아들은 가출을 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반장이었
던 아들, 집과 학교가 없는 낙원을 찿아 아들은 문득 가출을 했다. 체제
와 사회에 각을 세우고 갓자란 뿔을 들이댔던 어린 양 한 마리. 뿔은 가
렵다. 목가적인 집안의 목책은 뚫렸고, 담임 선생님은 학내 감염을 우려
해서 교실 곳곳마다 구제역 백신을 뿌렸다. 몇날 며칠 동안 텅 빈 구윳간
을 보며 아버지는 잠을 설쳤고 어머니는 식음을 전폐했다.
가출한 아들을 찿아서 아버지는 노숙자의 역驛과 어린 짐승이 뛰어놀
만한 야생의 산과 초원을 뒤졌다. 아들의 절친 인맥을 하나하나 찿아 헤
매던 아버지, 드디어 단서를 찿았다. 아들에겐 음악이 있었다. 아들은
초식草食이나 육식肉食보다 향긋한 음악에 더 정신을 쏟고 있었던 것을.
기적소리조차 검은 서울역 근처 남영동의 한 음악다방 DJ와 눈이 마
주친 아버지, 아들은 음악다방 문을 밀치고 나와 바람보다 빠르게 달아
났다. 그 뒤를 아버지가 쫓아갔다. 기적소리조차 검은 서울역 뒤 골목에
서 골목으로 아버지와 아들은 바람보다 빠르게 달렸다. 목책 바깥을 나
와 길을 잃고 달려가는 어린 양 뒤로 아버지 양이 달려간다.
석탄재 날리는 막힌 골목에서 마지막 질주는 끝나고, 아버지는 아들의
어깨를 짚고 헉헉헉헉. 아들은 머리를 숙이고 헉헉헉헉. 아버지와 아들
사이엔 세상의 어떤 인간의 말도 오가지 않았다.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
었다. 헉헉헉헉.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오랫동안 헉헉헉헉.
# ‘전통, 명예, 규율, 최고’의 경귀가 깃발마다 휘날리는 학교! 미국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한 웰튼 고등학교의 교훈이랍니다. 1989년 상영된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에 나오는 학교의 풍경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용어들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속에 대부분 들어 있어, 자신의 자녀가 이러한 교육 속에서 최고가 되기를 희망하지 않나요?
이 학교에 졸업생인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진정한 자아발견을 촉진하는 교육을 실시하지요. 키팅 선생님은 운동장에서 학생들에게 "걸어보라“고 주문합니다. 교사의 의도를 잘 모르는 학생들이 주춤거리자 다시 한번 “걸어보라”고 권하지요. 학생들이 비칠비칠 아주 어색하게 걷기 시작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학생들은 스스로 줄을 맞추어 걷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그 중 한 학생은 옆으로 비켜서서 걷는 동료를 바라봅니다. 키팅 선생님께서 그 학생에게 걷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 학생 팔짱을 끼며 “걷지 않을 자유”를 즐기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키팅 선생님의 교육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지요.
“집과 학교가 없는 낙원”을 스스로 찿으려 하는 학생이 바로 세상을 변화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님이나 교사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내 감염을 우려/해서 교실 곳곳마다 구제역 백신을 뿌”리는 교사와 학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부모도 ‘전통, 명예, 규율, 최고’의 가치를 두는 교육 속에서 아이들과의 진정한 대화보다는 소위 일류 대학에 진학하기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진은영, 「당신의 고향집에 와서」평설 / 이경수 (0) | 2013.12.20 |
|---|---|
| [스크랩] 홍일표의 좋은 시 읽기(95) - 몸속의 음악을 듣는 시 (0) | 2013.12.20 |
| [스크랩] 제3회 질마재문학상_ 김요일 / 질마재해오름문학상_이창수 (0) | 2013.12.20 |
| [스크랩] 2012년 제13회 현대시작품상 _ 이민하/ 세상의 모든 비밀(외) (0) | 2013.12.20 |
| [스크랩] 나태주 시인과 함께 떠나는 명시여행(8) - 사막 / 오르팅스 블루 (0) | 2013.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