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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아침의 시 / 정채봉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문근영 2013. 12. 10. 10:39

이 아침의 시 /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된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그 시절의 사건들을 각색하는 것을 즐기는 걸 까요?

인간을 생물심리사회적(biopshychosocial)존재로 본 Robert Havighurst(1972)는 인간에게는 성장하면서 획득해야할 행동의 발달과업(developmental task)이 있다고 보았어요. 첫째, 육체적 성숙에 따르는 과업 둘째, 개인적 동기에 따르는 과업 셋째, 사회적 압력에 따르는 과업 등으로 이 과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건강한 삶을 유지 할 수 있으나 특정한 시기에 이루어야 할 발달과업에 실패하게 되면 고착이 일어나게 되고, 퇴행(regression)이라는 방어기제를 쓰게 된다고 보았답니다. 예컨대, 동생이 태어나 어머니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형은 동생처럼 기저귀를 차고 싶어 하거나, 잘 먹던 밥도 마다하고 우유만 먹겠다고 응석을 부리기도 하지요.

살아가다 보면, 하 급수 인간들에게 본의 아니게 모욕을 당하기도하고, 억울한 일을 겪기도 하지요. 성숙한 어른다우려면 모든 것을 견디고 참아내야 한다고 배웠어도, 때론 "하늘나라에/가 계시는 엄마가/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아니 아니 아니 아니/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단 5분/그래 5분만 된대도", "숨겨놓은 세상사 중/딱 한 가지 억울했던/그 일을/일러바치고 엉엉 울"고 싶은 날이 있는 것이지요.
 
'품안의 자식'일 뿐이라며 섭섭해 하시는 부모님께, 워커홀릭(workaholic)에서 벗어나 억울한 일도 일러바쳐보고, 꼬옥 안아드려도 보고, 응석도 부려보면 어떨까요. 건강한 퇴행(regression)은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심리적 안정과 충족감을 맛 볼 수 있게 한답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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