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맹문재
이자의 거리
이자의 추락으로 즉사한 한 가장의 사건을
텔레비전에서 특집으로 다루었다
이자학과 대학교수며 이자 전문가며 이자 실무자들이
방송에 출연해 긴급 토론을 벌였다
어떻게 하면 이자의 추락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지
이자의 파편을 막을 수 있는지
부상당한 경우는 어떤 비상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논의가 분분했다
간판같이 내걸린 거리의 이자는
언제 추락할지 몰랐다
바람이 불거나 눈비가 오는 날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이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텔레비전의 특집 방송 날에도
거리로 몰려들었다
# 세일즈맨 윌리 로먼(Willy Loman)은 꿈이 크지 않았어요. 그저 자신의 분야에서 오래 살아남아 그의 두 아들이 자신의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을 뿐 이었지요. 그러나 자식들은 그런 아버지를 별로 존경하지도 않았답니다. 해고된 세일즈맨 윌리에게 남은 것은 살고 있는 집에 아직도 다 갚지 못한 할부금과 빈곤에 쫒기는 생활이었어요.
궁지에 몰린 세일즈맨 윌리의 마지막 선택은 자기 앞으로 들어있는 생명보험금을 가족이 받아 빚을 해결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었답니다. 1940년대 미국 사회의 세일즈맨들의 모습을 그린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이란 희곡의 내용이랍니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뉴스 속에 예측되는 경제전망은 어둡기만 하고, 사회 곳곳에선 고율의 이자 때문에 삶이 망가진 사연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정직하게 벌어서 열심히 살아도 저축은커녕 이자에 쫒기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어찌해야 "이자의 파편을 막을 수 있는지/부상당한 경우는 어떤 비상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일러주는 곳은 없지요. 삶의 곳곳에 "간판같이 내걸린 거리의 이자는" 우리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 몰아 "이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텔레비전의 특집 방송 날에도" 더 이상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어요. 결국 "언제 추락할지"모르는 이들이 "거리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시인 오은의 vitamin 詩] 아이의 발길질, 엄마의 손길 / 열차의 윤곽 - 최정진 (0) | 2013.12.09 |
|---|---|
| [스크랩] 홍일표의 좋은 시 읽기(102) - 유쾌한 상상의 전위 (0) | 2013.12.09 |
| [스크랩] 안도현, 그는 어쩌다 연탄시인이 됐나 (0) | 2013.12.09 |
| [스크랩] 홍일표의 좋은 시 읽기(103) - 우주적 사유의 지평 (0) | 2013.12.09 |
| [스크랩] 이 아침의 시 / 김영태 - 남몰래 흐르는 눈물 24 (0) | 2013.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