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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아침의 시 / 고형렬 - 처자

문근영 2013. 12. 2. 01:08

이 아침의 시 / 고형렬

 

 

처자
 
주방 옆 화장실에서
아내가 아들을 목욕시킨다
엄마는 젖이 작아 하는 소리가
가만히 들린다
엄마는 젖이 작아
백열등 켜진 욕실에서 아내는
발가벗었을 것이다
물소리가 쏴아하다 그치고
아내가 이런다 얘, 너 엄마젖 만져봐
만져도 돼? 그러엄, 그러고 조용하다
아들이 아내의 젖을 만지는 모양이다
곧장 웃음소리가 터진다
아파 이놈아!
그렇게 아프게 만지면 어떻해!
욕실에 들어가고 싶다
셋이 놀고 싶다
우리가 떠난 먼 훗날에도
아이는 사랑을 기억하겠지
 
 
# 틱낫한(Thich Nhat Hanh, 1926-)은 우리의 삶을 정원에 비유 했어요.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나지요. 그것을 심을 약간의 땅도 주어집니다. 그 땅은 비옥한 땅일 수도 있고, 바위나 자갈투성이의 박토일 수도 있어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씨앗을 싹 틔우기 위한 햇빛과 비와 온도와 바람과 땅의 자양분을 스스로 선택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우리는 씨앗의 껍질을 깨고 나와 “자기 자신”의 꽃을 피워야 하는 것이지요.
 
"물소리가 쏴아하다 그치고/아내가 이런다 얘, 너 엄마젖 만져봐/만져도 돼? 그러엄, 그러고 조용하다/아들이 아내의 젖을 만지는 모양이다/곧장 웃음소리가 터진다/아파 이놈아!/그렇게 아프게 만지면 어떻해!" 자신의 정원에서 꽃피운 인연들의 오손 도손 정겨운 장면에 “욕실에 들어가고 싶다/셋이 놀고 싶다”는 마음의 꽃에서 흐르는 향기에 뭉클해지는군요. 이리도 다정하고 향기 가득한 정원에서 자란 아이는 “우리가 떠난 먼 훗날에도” 사랑을 기억하겠지”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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