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론 - 서덕민
괄호는 묶음의 형식이지만
비어있음의 형식이기도 하다
무엇인가 가득 묶고 있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괄호는 어쩌면
모호함의 형식일 수도 있다
가령 내 어머니가 그렇다, 그녀는
주로 미지수를 묶고 다니므로
무엇인가 들어 있다 할지라도
전혀 알아볼 수 없다
아니, 텅 비어있는 지도 모른다
그녀의 괄호는
등호를 거리낌없이 뛰어넘어도
결코 균형이 무너지는 법이 없다
괄호가 사라진 자리에 어룽어룽한 자국,
어머니란 한쪽 변에
잠시 여자를 비워둔 여자일까
미지수를 묶고 다니는 그녀
미간을 둥그렇게 찡그리며
눈물 흘리면, 작고 예쁜 괄호가 생긴다
내가 앓아야 할
세상의 모든 아픔 앞에서
그녀의 눈가는 언제나 먼저 축축해지는 것이다
나도 별수없이 그녀의 괄호에 묶이는 것일까
그렇게 그녀가 모두 묶어서
미리 중심을 잡고 있는 것 아닐까
괄호란 여자의 형식이다
어렵고 아픈 것들로 가득한
텅 비어 있는 내 어머니의 형식이다
출처 : 대구 문학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시인 오은의 vitamin 詩] 기념일 / 이장욱 (0) | 2013.12.02 |
|---|---|
| [스크랩] 월식 - 서덕민 (0) | 2013.11.30 |
| [스크랩] 봄비 - 정진규 (0) | 2013.11.30 |
| [스크랩] 나무 - 서덕민 (0) | 2013.11.30 |
| [스크랩]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 이성목 (0) | 2013.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