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 아침의 시 / 장대송 - 왜가리

문근영 2013. 11. 19. 09:02

이 아침의 시 / 장대송

 

 

 

왜가리
 
비 그치자
녹천역 근처 중랑천 둔치에 할멈이 나와 계시다
열무밭에 쪼그려 앉아 꿈쩍도 안 하신다
밤에 빨아놓은 교복이 마르지 않아
젖은 옷을 다림질할 때처럼
가슴속에 빈 쌀독을 넣고 다닐 때처럼
젖은 마당에 찍어놓고 새벽에 떠난 딸의 발자국처럼 앉
아 계시다
비 그치면
노을에 묶인 말장처럼
열무밭에 앉은 왜가리
기억이 묻은 마음 때문에
물속만 가만히 내려다보고 계신다
 
 
#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도 풍요로워 지기는커녕 삶의 곤건함은 젖은 빨래처럼 무겁기만하고, 풍요롭지는 못해도 삶의 내용만은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도 "가슴속에 빈 쌀독을 넣고 다닐 때처럼"에 늘 가슴 속에 비가 내리는 날들이 끝나지 않는 것은 왜 일까요.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라고 하지만 가난의 원인이 단순히 개인에게만 기인할까요?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는 기아를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분하고 있어요. '경제적 기아'란 외부적 재해로 인해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를 의미하고, '구조적 기아'란 장기간에 걸쳐 식량 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의미하지요. '경제적 기아'는 국제적인 도움으로 응급처치가 가능하지만 '구조적 기아'는 한 나라의 경제발전이 더딘데 따른 생산력의 저조, 급수설비나 도로 같은 인프라의 미정비로 인해 주민 다수가 극도로 빈곤한 것으로 외부적 요인 보다는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기아랍니다.
 
그러나 빈곤과 기아를 발생 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답니다.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는 화이트칼라 계층의 몇몇 금융 자본가들로 구성된 거물급 곡물상들에 의해 전 세계 곡물들의 값이 결정되고, 이들에 의해 독점된 시장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랍니다.
 
"밤에 빨아놓은 교복이 마르지 않아/ 젖은 옷을 다림질할 때처럼" "젖은 마당에 찍어놓고 새벽에 떠난 딸의 발자국"을 시리고 아프게 가슴에 품고 "비 그치면/ 노을에 묶인 말장처럼/ 열무밭에 앉은 왜가리"처럼 삶의 무게를 홀로 지고 가기에는 너무도 외롭고 추운 계절이 돌아오고 있군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 문화저널2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