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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아침의 시 / 우대식 - 의심

문근영 2013. 11. 5. 18:21

 

 

이 아침의 시 / 우대식 

 

 

의심
 
   사람은 참말로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신께서 내게 옷
한 벌 지어 주셨다. 의심이라는 환한 옷, 얼마나 잘 어울
리는 지 잠을 잘 때도 벗지 않는다. 견고한 이 한 벌의
옷을 입고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신다. 나는 너를 의심
한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위해 의심이 내 등을 다독인
다. 내가 너를 지키마. 편히 쉬어라. 어떤 평안이 광배
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이고
전지전능하사 나를 보호하시며 한없이 사랑하시도다.
꿈속에서 나의 찬양은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배화교도
처럼 의심의 불을 조용히 밝히고 내 아버지마저 그 제
단에 바치기로 결심한 어느 새벽, 당신도 내 의심의 눈
길을 피할 수 없다고 고백했을 때 천둥과 벼락으로 인
해 하얀 의심의 옷이 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 시인은 '잠수함 속의 토끼'와 같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가장 민감한 촉수로 읽어낸다. "의심의 불을 조용히 밝히고 내 아버지마저 그 제/단에 바치기로 결심한 어느 새벽, 당신도 내 의심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의심"이라는 증상이 어떤 것인가를 이보다 더 극명하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의심"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이 유발되는 증상으로 "신께서 내게 옷/한 벌 지어 주셨다. 의심이라는 환한 옷, 얼마나 잘 어울/리는 지 잠을 잘 때도 벗지 않는다. 견고한 이 한 벌의/옷을 입고" 세상을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편집증(paranoid symptom)증상을 가진 사람이다.
 
J. Nydes는 편집증 증상 중 피학적 특성을 "권력"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았다. "내가 너를 지키마. 편히 쉬어라. 어떤 평안이 광배/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이고/전지전능하사 나를 보호하시며 한없이 사랑하시도다./꿈속에서 나의 찬양은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이런 증상은 점차 과대망상적인 단계로 발전하게 되어 사랑을 포기하고 신이라는 강력한 인물이나 신과 동등한 인물의 지위를 선택하는 증상을 보인다.
 
H. S. Sullivan은 편집증을 아동초기에 경험한 부정적인 자존감으로 외로움, 무가치감, 개인적 열등감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았다. 또한 편집증은 숨어있는 적에 의해 학대받고 적의 모략중상에 의해 피해 받고 있다고 병적으로 확신한다. 따라서 세상이 자신을 향한 악으로 가득 차있다고 믿는다. 이런 자기식의 의심은 스스로를 두려움과 불안에 떨게 만들어 더욱 편향된 자기식 고집에 집착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피해망상, 불안, 공포, 분노, 불행 등으로 가득 채우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을 가진 그가 내 이웃일 수도 있고, 내 가족일 수도 있다.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세상의 변화를 가장 예민한 촉수로 알아차리는 이들이 있기에 다양한 세상의 증상을 알게 되고, 대처전략을 마련하게 되어 세상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ㅡ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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