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이광석
| 세상의 기침소리, 혹은 이광석 이제 알겠네 꽃들도 저들끼리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을, 피기 전에 재채기를 하는 매화나 늦게 일어나 하품부터 먼저 하는 모란도 사실은 세상을 여는 말문이었네 소리를 청해야 얼굴을 내는 기침처럼 제 그림자를 밟고서야 눈을 뜨는 묶이고 또 묶여 수갑까지 찬 뉘우침처럼 우리는 한 발자국씩 물러서서 세상의 어둔 소문들과 잔을 낮추어 보지만 아직도 모를 것이 있네 기침 열 번 하고도, 뉘우침을 새벽마다 붉게 물들이고도 얼굴 한 번 내 밀지 않는 사랑아 너는 지금 어디쯤 헛기침을 하고 있니 밤새 스스로 끌고 온 길 되돌아보지 않는 저 강물의 소리 없는 딸국질 소리 사랑아 너는 어디서 엿듣고 있니 # 봄밤, 꿈결인 듯 환청인 듯 창밖에서 들리는 작은 기침 소리는 꽃의 한숨일까, 이루지 못한 사랑이 다녀가며 흐느끼는 숨죽인 탄식일까? 서로 사랑 했건만 함께 들어가기에는 너무도 좁은 것으로 생각되는 <좁은 문>을 홀로 걸어 들어가 하나님 곁에 머물기로 결심한 여인이 있다. 오랜 헤어짐의 시간이 흐른 후, 옛날 사랑을 만났던 정원에서 감동적인 재회를 나누지만, 그녀는 멀리 떠나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녀가 남긴 일기 속에는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이를 멀리한데서 온 고통과 애타게 그리워하던 슬픔과 참담한 고뇌의 기록들이 울고 있었다. 사춘기 시절 앙드레 지드(Andrè Gide)의 <좁은 문: La Porte Etroite>에 나오는 제롬과 알리사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에 내 자신을 투사하며, 꽃그늘 아래 무너지듯 주저앉곤 하였다. 봄에 핀 꽃들을 바라보면 하늘과 땅을 가득 메운 함성 소리로 귀가 먹먹하다. 꽃 멀미가 난다. 꽃그늘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으면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조그만 수녀원이 생각나고, 그 곳엔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이 봄날도 침묵수행으로 천국의 계단을 닦고 있을 숨은 꽃 한 송이 생각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
ㅡ출처 : 문화저널21 |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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