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서상만
찔레꽃 오리五里길
가며오며 따먹어도
보리밥 한술보다 못했던
찔레꽃 오리五里길
# 농사를 천수답에만 의존했던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 시절엔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었다. 춘궁기(春窮期)라고도 불리는 이 시기는 아직 보리가 여물지 않은 오월에서 유월사이로, 지난해 수확했던 양식은 바닥이 나버려 먹을 식량이 절대 부족했던 시기를 의미한다. 들이나 산에 돋는 풀이나 새순은 나물로 먹거나 머얼건 죽을 쑤어 먹었고, 꽃들은 바라보고 느끼는 아름다움보다는 먹을 수 있는 것인가의 여부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으며,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씹거나 칡뿌리를 씹으며 허기진 보릿고개의 험준한 고비를 넘겼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는 밥을 남기거나 밥투정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셨다. 밥상머리 교육 속에서 보릿고개를 견디는 근검절약 정신은 일상생활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 종이도 귀했던 시절이라 연습장도 앞뒤로 사용하되, 처음에는 연필로 그 위에는 펜으로 이중 삼중 사용한 것을 반드시 검사를 받고서야 새 연습장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시절엔 구멍 난 양말도 기웠으며, 뒷꿈치가 닳은 고무신도 꿰메어 신었다. 오늘날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버려진 멀쩡한 물건들과 넘쳐나는 음식 쓰레기 처리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보릿고개시절보다 더 궁핍한 삶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절대빈곤층의 우리 이웃이 있음을 생각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ㅡ출처 : 문화저널 2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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