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에 내리는 봄눈
정호승
북촌에 내리는 봄눈에는 짜장면 냄새가 난다
봄눈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짜장면 배달 가는 소년이 골목 끝에서
천천히 넘어졌다 일어선다
북촌에 내리는 봄눈에는 봄이 없다
내려앉아야 할 지상의 봄길도 없고
긴 골목길이 있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나는 오늘 봄눈을 섞어 만든 짜장면 한 그릇
봄의 식탁 위에 올려놓고 울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싶어한 아버지를 위하여
봄눈으로 만든 짜장면을 먹고
넘어졌다 일어선다
-시집『여행』(창비시선, 2013)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양미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김용택] 섬진강 24 ―맑은 날 (0) | 2013.09.26 |
|---|---|
| [스크랩] [박경조] 괭이밥 (0) | 2013.09.26 |
| [스크랩] [고영민] 기념탑 근처 (0) | 2013.09.26 |
| [스크랩] [신철규] 권총과 장미 (0) | 2013.09.26 |
| [스크랩] [기형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0) | 2013.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