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전윤호
내가 고향이다
추석에 집에 있기로 했다
친정이 없어진 아내와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올 명절은
집에서 쉴 거라 했다
시장에서 송편을 사고
보름달이 뜨면
옥상에서 구경하자고 했다
용돈을 받은 아이들은
신이 나서 컴퓨터 게임을 사고
인터넷으로 떠난다
괜히 적적한 척
서울에 있을 선배에게 전화해
그날 저녁 만나기로 했다
문을 닫고 돌아누운 어두운 거리에도
작은 수족관에 불을 켜고
물방울 같은 사람들을 기다리며
문 여는 술집이 있을 거라고
텅 빈 시내버스처럼
반겨줄 사람이 없는
성묘객이 끊어진 무덤처럼
내가 고향이다.
#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서 공평하게 자손에게 물려준 유산은 몇 개일까요? 그래요. 46개의 염색체이지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하나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는 46개의 염색체 속에는 아버지의 염색체 23개, 어머니의 염색체 23개가 들어 있지요. 그리고 그 염색체 속에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든 유전적 형질이 고스란히 들어 있답니다.
어찌 북에 고향을 둔 분들만 실향민이시겠습니까. 댐 공사로 고향이 수몰되어 물속에 잠겨버린 고향, 고속도로와 고속전철의 개발로 도로가 되어버린 고향, 부동산 개발로 이미 옛날의 고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고향. 그뿐인가요. 부모님께서 이승을 떠나시어 고향엘 가보아도 시린 바람만 가슴속을 훑고 가는 고향은 이미 기억 속의 그 고향은 아닌 것이지요.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리/언제나 외로워라/타향에서 우는 몸' 과 마음으로 울먹이신다면, "시장에서 송편을 사고/보름달이 뜨면/옥상에서" 보름달 맞으면서 어린 시절 기억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어떨까요. 내 염색체 속 유전자에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의 부모님을 거슬러 조상의 모든 기억이 각인되어 있으니 "내가 고향"인거지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교수 dsseo@shingu.ac.kr)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기형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0) | 2013.09.26 |
|---|---|
| [스크랩] [조동례] 사랑에 먹히다 / 너도 섬 / 겨울 일기 (0) | 2013.09.26 |
| [스크랩]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 이승하 (0) | 2013.09.25 |
| [스크랩] 김춘수의 「능금」감상 / 고미석 (0) | 2013.09.25 |
| [스크랩] 장석주의 詩와 詩人을 찾아서 - 박준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없다〉 (0) | 2013.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