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먹히다
조동례
칠월 땡볕 까마중 그늘에
사마귀를 먹고 있는 사마귀 한 마리
뜨거운 사랑 뒤처리를 하고 있다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하여
먹다 만 몸통을 슬그머니 건들자
남은 사랑 물고
어두운 곳을 찾아 필사적이다
먹히고 싶다는 말, 저런 거다
사랑한다 나랑 살자 그런
흔해 빠진 말에 먹히지 않고
물러설 곳 두지 않고 목숨부터 맡기는 것
너도 섬
조동례
오오래 나뉘어
너도 섬
나도 섬
너 세상 비 긋고
나 세상 바람 자고
너도 나도 안개 걷힐 때까지
나도 섬
너도 섬
겨울 일기
조동례
폐가에서 주워 왔습니다
기둥 대들보 서까래 문틀
쓰러진 가문의 뼈대로 불을 지피며
언 길 위에서 겨울을 나는 동안
잿더미 속에서 크고 작은 못들이
한 움큼 나왔습니다.
ㅡ시집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삶창, 2013)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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