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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동례] 사랑에 먹히다 / 너도 섬 / 겨울 일기

문근영 2013. 9. 26. 13:51

사랑에 먹히다

 

조동례

 

 

칠월 땡볕 까마중 그늘에

사마귀를 먹고 있는 사마귀 한 마리

뜨거운 사랑 뒤처리를 하고 있다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하여

먹다 만 몸통을 슬그머니 건들자

남은 사랑 물고

어두운 곳을 찾아 필사적이다

 

먹히고 싶다는 말, 저런 거다

사랑한다 나랑 살자 그런

흔해 빠진 말에 먹히지 않고

물러설 곳 두지 않고 목숨부터 맡기는 것

 

 

 

 

너도 섬

 

조동례

 

 

오오래 나뉘어

너도 섬

나도 섬

 

너 세상 비 긋고

나 세상 바람 자고

너도 나도 안개 걷힐 때까지

 

나도 섬

너도 섬

 

 

 

 

 

겨울 일기

 

조동례

 

 

폐가에서 주워 왔습니다

기둥 대들보 서까래 문틀

쓰러진 가문의 뼈대로 불을 지피며

언 길 위에서 겨울을 나는 동안

잿더미 속에서 크고 작은 못들이

한 움큼 나왔습니다.

 

 

 

ㅡ시집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삶창, 2013)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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