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칼국수가 있는 풍경
권혁웅
빗물이 국수가닥처럼 거리에 떨어졌다 너도 무언가를 놓아버렸구나 수평은 손가락이 놓친 수위이기도 하지 기울어진 국수 그릇이 흘린 얼룩처럼 109동 서쪽 벽면이 동쪽 벽보다 젖어 있다 내 오른쪽 어깨가 서쪽이라면 너는 왼쪽에 있었겠지 그러니까 심장 쪽에서, 너는 후후 불어가며 나를 마시려고 한 거다 슬리퍼에서 바지락 치대는 소리가 난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따라온 발자국이다 그렇게 패총貝塚이 쌓였고 그렇게 죽음 쪽으로 나는 한 발짝 이동했다
―『애지』(2012. 가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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