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법
송용호
저탄장으로 귀가하는
화물열차의 기적 소리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밤새 바람은 나비처럼 석탄가루를 날라
마당 가득
꿈만큼이나 어지럽게 피어난 철쭉꽃잎 사이사이에 뿌리고
나는 사분의 사박자 행진곡에
발맞춰야 할 내 춤의 한 귀퉁이를 비우기 위해
애써 거짓 일기를 쓰곤 했다
아무리 해도 잘 풀리지 않던
우리나라의 산수과목 문제와 함께 자라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자주 나의 장래를 의심하곤 했다
잦은 어머니의 등교로 우수수 우수수 낙엽되어 쌓이던 나의 성적표
때때로 그곳에 산불이라도 나기를 바라며
무궁화 꽃이 자꾸만 피고 져도 찾아내지 못하던
이 다음에 내가 해야 할 숙제를 미리 걱정하곤 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새 이름표를 달듯 쉽게 바뀌곤 하던 내
희망의 간이역에서
종종 발견되곤 하던 절망의 상처에
어머니는 빨간 약을 발라주셨지만,
유년의 계획표는 가뭄처럼 갈라지고
국민학교 6학년을 마감하는 생활기록부에는
불안한 졸업이
버즘처럼 피어 있었다
―『정인문학』(2006년 창간호-시인들의 대표시)
(198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홍정순] 철물점 여자 (0) | 2013.07.24 |
|---|---|
| [스크랩] [김기택] 꼽추 (0) | 2013.07.23 |
| [스크랩] [이규리] 비유법 - [장이엽] 생략법(省略略) (0) | 2013.07.22 |
| [스크랩] [기형도] 바람은 그대 쪽으로 (0) | 2013.07.22 |
| [스크랩] [나희덕] 와온에서 - [도종환] 와온에서 (0) | 2013.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