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법
이규리
방과 후 날마다 비유법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이 계셨다*
비유법을 밥처럼 먹던 시절 있었다
비유는 하나로 여럿을 이해하는 일이야
노을이 철철 흘러 뜨거워서 닫아거는 저녁에
우리는 서쪽 창가에 앉아 흰 단어들을 널었다
나뭇가지에 서늘한 시간이 척척 걸리곤 했다
그 놀이에 탐닉하는 동안
놀이 끝에 서서히 슬픔이 배어나고 있었다 아파서
좋았다
그 찬란에 눈이 베이며 울며 또 견디며
아직 비유법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계실까
선생님들은 다 어디 갔을까
비유법을 모르는 추운 꽃밭, 죽어가는 나무, 무서운 옥상들
뭐 이런 시절이 다 있어,
이건 비유가 아냐 방과 후가 아냐
제 생이 통째 비유인 줄 모르고,
저기 혼자 지는 붉은 해
눈 먼 상처들이야 자해한 손목들이야
* 이하석시인의 초등학교시절 회고담 중에서 취함
―『문학과 의식』(2012.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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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법(省略略)
장이엽
생략법(省略略)을 좋아하는 이들을 보았다.
그들은 쉽게 생략했고 생략된 것들에 대해 가볍게 받아넘겼다.
그들의 대화는 생략에서 생략으로 이어졌다.
대부분 의견의 전반을 생략으로 표현하는데도
그들끼리의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생략에 익숙한 이들은 뭐든지 짧게 끝냈다.
그들은 언제 꼬리를 자르고 사라져야 하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생략이 서툰 이들은
난처함을 감추지 못한 채 쩔쩔매는 표정이 역력했다.
자리를 뜨기 전 이야기를 끝내려는 것인지
들어주는 이가 없을까 봐서인지
주위를 돌아보거나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숨 쉴 겨를 없이 빠른 속도로 많은 말을 했다.
몇몇은 나에게도 생략법을 써서 접근해왔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단계를 말하는 이는 없었다.
실수로 빠트린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일부러 뺀 것인지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간극에 숨어있는 생략들 사이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불명의 정체를 생략해야만 생략으로 이해될 수 있는 생략들 앞에서.
소리 없는 소리로 말하고 발 없는 발로 뛰어다니다가
제멋대로 팽창하고 재구성된 생략법에 잠식당한 우리는,
아니 나는, 지금 위태롭다.
―웹진『시인광장』(20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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