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들
―이하석(1948∼ )
바다는 우리의 것들을 밖으로 쓸어낸다
우리 있는 곳을 밖이라 할 수 없어서
생각들이 더 더러워진다 끊임없이
되치운다
우리가 버린 것들을 바다 역시 싫다며 고스란히 꺼내놓는다
널브러진 생각들, 욕망의 추억들, 증오와 폭력들의 잔해가 바랜 채 하얗게 뒤집혀지거나
검은 모래 속에 빠진 채 엎어져 있다
나사가 빠지고 못도 빠져나가 헐겁지만
그것들은 우리 편도 아니다
더욱 제 몸들 부스러뜨릴 파도 덮치길 겁내며
몇 번이나 우리의 다리를 되걸어 넘어뜨린다
여름 홍수에 그런 것들 거세게 바다 파고 들지만
바다는 이내 그 모든 것들을 제 바깥으로 쓸어 내놓는다
우리 있는 곳을 밖이라 할 수 없어서
우리 생각들이 더 더러워진다 끊임없이
되치워야 한다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131』(동아일보. 2013년 07월 17일)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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