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광인(狂人)도 성인(聖人)이 된다 [박석무]

문근영 2013. 6. 6. 02:42

 

광인(狂人)도 성인(聖人)이 된다

  공자(孔子)의 수제자(首弟子) 안연(顔淵)은 “나도 순(舜)임금 같은 성자(聖者)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여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보통사람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착한 일을 계속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순(舜)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다산도 여러 곳에서 희성(希聖), 즉 성인이 되려는 희망에 대한 말을 했으나, 자주 했던 이야기는 희현(希賢), 즉 현자(賢者)가 되는 길이 있다[希賢有路] 라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현인이나 성인이 된다고 확신했습니다.

  공자는 『논어』「양화(陽貨)」편에서 “오직 최고로 지혜로운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그 수준에서 이탈하지 못한다”[唯上智與下愚不移]라는 큰 진리를 선포했습니다. 주자(朱子)는 이 부분의 해석에서 “사람의 기질(氣質)은 서로 비슷한 가운데에도 착함과 악함이 한차례 정해지면 습관으로 이탈하지 못하게 함이 있다”[人之氣質 相近之中 又有美惡一定 而非習之所能移者]라고 말하여 미악(美惡)의 기질이 한번 정해지면 변화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다산의 경학(經學) 사상은 여기서 주자학과는 분명한 선을 그으며, 결정론적인 성리학에 절대적인 반대를 주장하며, 자신의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진보적이며 가능성을 열어놓은 ‘다산학’을 설파했습니다. 우선 위 『논어』 구절의 앞에 있는 “성품은 서로 비슷하나 습관은 서로 멀다.”[性相近 習相遠]라는 구절과 분리할 수 없이 서로 이어진 글이라 말하고, “상지(上智)와 하우(下愚)는 성품을 구별해서 말하는 이름이 아니다. 착함을 지키려는 사람은 악한 사람과 아무리 어울려도 습성(習性)이 옮겨지지 않기 때문에 ‘상지’라고 하는 것이며, 악한 일에 안주해버리는 사람은 아무리 착한 사람과 어울려도 습성이 옮겨지지 않기 때문에 ‘하우’라고 한다. 만약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바꿀 수 없는 성품이 있다고 한다면 주공(周公)이 말한, ‘성인이라도 반성할 줄 모르면 광인(狂人)이 되고, 광인이라도 반성할 줄만 안다면 성인이 된다.’라고 했음은 성품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했던 말이 되어 버린다.”(자찬묘지명 『논어』 해설 부분)라는 주자 이론과 다른 주장을 폈습니다.

  주공 같은 성인께서도 광인이라도 후회하고 반성하여 자신의 잘못을 고쳐갈 수만 있으면 성인이 된다고 했는데, 기질이 한번 정해지면 항상 하우(下愚)로 남아 있다니 말이나 되는 거냐고 다산은 반대의 뜻을 표했습니다. 다산의 지킨다(守)와 안주하다(安)의 해석이 다산 행동철학의 명쾌한 논리이며, 인간의 발전과 사회변혁의 가능성을 예시한 진보성이었습니다. 착하고 옳음을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만 있고, 악하고 나쁜 일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후회하고 반성하여 거기서 벗어나는 노력이 있다면 상지(上智) 아닌 광인도 성인이나 현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한 집안 자녀만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학교만을 졸업해야 상류가 된다는 결정론적 생각이 확산되는 오늘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다산을 배워야 합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국가는 경제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이룩하여 그런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날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산의 논지가 세상에 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박석무 드림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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