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게도 올해 1월 유럽연합(EU) 11개국이 ‘토빈세’라 할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앞으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절차상 각 나라 의회는 물론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산법도 다르다. 유로존의 중심에 있는 독일은 유럽경제의 재활을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반면, 프랑스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EU에 내야 할 분담금에 충당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어쨌든 실현된다면 상업은행을 포함하는 투자은행, 보험회사, 연기금펀드, 주식브로커,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등 11개국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들의 금융기관에 대해 주식과 채권거래는 0.1%, 파생상품거래는 0.01%의 세율이 적용된다. 문제는 금융거래세 도입으로 매해 11개국 세수의 1%에 달하는 300억 유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히려 금융거래 감소로 인해 세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1980년대 토빈세를 도입한 스웨덴의 경험은 채권이나 선물 거래의 감소로 인해 세수가 줄어든 결과 1991년 세율을 절반으로 줄이다가 폐지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아가 조세회피를 위해 미국이나 아시아로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면 EU의 재정상황은 오히려 악화될 우려도 있다. 돌이켜 보면, 199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시민지원을 위한 국제금융거래 과세연합'(ATTAC, Association pour une Taxation des Transactions financires pour l'Aide aux Citoyens)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1997년 12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주간이었던 이냐시오 라모네(I. Ramonet)는 "시장을 무장해제하라!"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토빈세 채택을 압박하기 위한 시민운동단체 설립을 제안하였다. 이 사설이 기폭제가 되어 1998년 6월 3일 프랑스 파리에서 ATTAC이라는 시민교육 계몽운동단체가 출범하였다. 처음부터 ATTAC은 토빈세 도입이라는 분명한 대안을 갖춘 시민계몽운동조직의 성격을 지녔다. ATTAC의 최우선 목표는 전지구적인 영향을 미치는 투기세력의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며, 나아가 변덕스러운 금융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토빈세를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더 나아가 투기성 자금거래를 넘어 모든 국제금융거래까지로 확대하여 세금을 부과하자는 소위 ‘로빈후드세’(Robinhood Tax)까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규범적 차원에서 대안제시와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한 방안적용 사이의 거리가 매우 크다. 시민사회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국제투기자본을 통제할 필요는 부인하기 어렵다. 현재 일본의 포함한 일부 선진국들의 무제한적 양적완화로 인해 우리의 경우 자본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 금융거래세의 도입을 통해 국제자본의 투기성 이동을 제어할 정책적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에도 투기자본감시센터의 활동이 2000년대 들어 시민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주로 소수의 전문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공론화가 어려웠다. 국제적 투기자본이 국민경제의 작동을 위해 나쁘다는 사실에 규범적으로 동의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ATTAC이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개방대학’ 개설 및 ‘대안마을’ 체험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도 국제투기자본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하는 대중계몽교육 운동이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시민사회의 대응전략도 여전히 전문가 중심의 대안모색과 위로부터의 일방적 전파방식이었다. 이러한 경우 위로부터 추진하는 각종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이해와 참여 결여로 운동력은 자라나기 어렵다. 우리 시민사회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존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 모색운동을 풀뿌리 수준으로 내려가서 다시금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정부나 기업의 주장과 대안에 늘 뒤처지고 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