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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를 읽다보면 오늘의 고위공직자들이 왜 그렇게 『목민심서』정신에서 멀어져만 가고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기만 합니다. 국회가 실시하고 있는 국정감사에 대한 뉴스를 듣다보면 오늘의 세상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공공기관들이 누적된 빚으로 살림살이가 턱 없이 궁핍한 현실이지만 청사를 짓거나 관청의 시설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펑펑 예산을 퍼부어 호화찬란한 구조물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아껴 쓰는 일과 베풀기를 좋아하는 일과의 관계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산은 율기(律己)편에 낙시(樂施)조항, 곧 베풀기를 좋아하라는 항목을 설정하여 “절약만 하고 재물을 나눠 쓸 줄 모르면 친척들도 멀어진다(節而不散 親戚畔之)”라고 경고하고, “베풀기를 즐거워함이 덕을 심는 근본이다(樂施者 樹德之本也)”라고 말하여 아껴 씀과 베품의 관계를 세세하게 설명합니다. “못에 물이 괴어 있음은 앞으로 흘러내려 만물을 적셔주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절약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베풀 수가 있고 절약할 수 없는 사람은 베풀지 못하기 마련이다.”라고 비유하면서 절약하여 축적된 재화가 있어야 베푸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설득력 있는 예를 들고 있습니다. “창기(娼妓)를 불러서 거문고 타고 피리 불 때, 비단옷 입고 높은 말에 좋은 안장을 차리거나, 그것도 부족해 상관에게 아첨하고, 권귀(權貴)들에게 뇌물 바치는 비용이 하루에도 수만전을 넘고, 1년이면 소비하는 돈이 억만전이나 되고서야 어떻게 친척들에게 베풀 돈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사치하고 낭비하면서는 베풀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아껴 쓰는 일이야말로 베풀기를 즐기는 근본이다(節用 爲樂施之本)”라고 설파하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다산은 자신의 경험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가 귀양살이 하면서 나를 동정해주고 도움을 주는 수령들은 볼 때마다 검소한 의복을 입은 분들이었고,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 기름기가 돌며 음탕한 짓을 즐기는 수령들은 나를 돌봐주지 않았다”라고 증언하면서 절약과 베품의 관계를 부연 설명했습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이 선출직이 되면서 그들에 대한 통제기능이 소홀한 틈을 타 낭비만 과도해지고 아껴 쓰는 풍토가 사라져 빚더미에 허덕이는 자치단체가 많아졌습니다. 때문에 주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고만 있다는 국정감사의 보도를 들으면, 새삼스럽게 다산의 지혜가 더욱 간절하게 생각됩니다. 그래도 한 지역의 수령인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 이라면 가까운 친척이나 옛날의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기꺼이 도와주고 보살펴주는 ‘낙시(樂施)’를 실행할 수도 있건만, 과도한 지출이나 낭비 때문에 그럴 줄을 모른다면 수령 노릇하는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절약만 하고 쓸 줄을 몰라도 문제지만, 호화롭고 찬란함만 추구하다가 어려운 사람하나 도와주지 못함도 큰 문제가 아닐까요?
박석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