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눈을 떠 이라한이 된 미묘 비구니 는 자신의 기구
한 인과관계에 대해서 디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원래 어떤 바라문의 딸로 태어났다, 우리 아버지 는 나
라안에 널리 알려질 만큼 덕이 높은분이었다. 이웃에 다른 바
라문이 살았는데, 그 집 아들은 인자하고 총명했다. 내 미모에
끌린 그는 나를 아내 로 맞아 가정 을 이 루었다. 나는 아들을 하
나 낳았다 그 후 시부모가 잇따라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둘째 이-이 를 가졌다. 남편과 의논한 끝에 친정에
가서 해산을 하기로 했다. 친정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진통이
와서 니무 아래 자리 를 폈다. 그날 밤에 아기 를 낳았다 그런 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곤히 잠든 남편을 독사가 물어 죽였다. 나
는 이런 시실도 모르고 새벽녘에야 치우 일어나 남편을 깨우려
고 가까이 갔다, 독시-의 독이 온몸에 퍼 져 죽어 있는 남편을 보
고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아버지가 죽은 것을 보고 큰아이 는 소 리 를 내어 울부짖 었다
나는 그 소리 에 정선을 차리고 일어나. 큰아이 는 등에 업고 갓
난아이 는 품에 안은 채 울면서 길을 떠났다
길은 멀고 험한데 사람의 자취는 보이지 않았다. 도중에 큰
강이 있었 는 데, 수섬이 깊고 폭이 넓었다 큰아이 는 강가에 내
려 두고 먼저 갓난아이를 엽고 강을 헤엄쳐 건녔다. 언덕에 올
라 나무 밑에 갓난아이를 내려놓았다. 이때 강 건너에서 큰아
이가 엄마를 부르면서 강물로 들어오다가 그만 물에 떠내려가
고 말았다 나는 급히 강물에 뛰어 들었으나 큰아이 는 이미 거
센 물결에 휩쓸려 구할 수 없었다. 다시 기 늙으로 올라와 갓난
아이한테 돌아왔으나. 늑대가 갓난아이 를 먹 어 버린 뒤였다
나는 또다시 기절했다가 한참 만에 깨어났다
나는 엘이 빠진 듯 정신없이 길을 걸 어갔다. 도중에 한 바라
문을 만났는 데. 그는 친정아버지의 친구였다. 나는 슬픔이 북
받쳐 통곡을 하면서 그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리
고친정 소식을물으니, 며칠 전에 집 에 큰불이 나서 부모와동
생 들이 모두 타 죽고 말았다고 했다 이 비 통한 소식을 전해 듣
고 나는 또 까무러치고 말았다. 눈을 떠 보니 길 에서 만난 아버
지의 친구 집이었다. 그분은 혈혈단신이 된 나를 가없이 여겨
친자식처럼 보살펴 주었다
이 렇 게 지내딘 어 느 날 그 이웃에 살던 바라문이 내 얼 꿀이
고운것을 보고 이내가되어달라고칭했다 의 지할 데없던나
는 아 쩔 수 없이 그에게 로 기서 가정 을 이루었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바라문은 술망나니였다 술만 마시 고 오떤 망나니가
되아 갖은 학대 릅 했다 니는 더 침고 견딜 수가 없어 빅-복한
신 세 플 한탄하며 그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 길로 바라나시
로 가서 성 밖의 한 나무 이폐서 머 물렀다-
그때 그 고장에 사는 한 부자의 아들이 사랑하던 아내 를 잃
고 못 잊 어 하떤서 날마다 무덤을 찾아와 애 통해 했다 그는 몇
차례 나와 마주치더니 내게 새 아내가 되어 달 라 고 간청했다.
나는 그의 뜻에 따랐다 그는 지 극하게 나를 사랑해 주었 지 만
얼마 안 있어 병 들어 죽고 말았다 당시 그 고장 법에 는 lJ ] 망
인도 남편 의 무팀에 함께 묻도록 되어 있었다 내가 무텀 에 묻
혀 죽을 때 를 기다리고 있는 데, 밤이 되자 도둑이 와서 무팀 을
파고 니을 구출해 주었다 나는 또다시 도둑의 아내가 되 고 말
았디- 그러나 도둑은 며 칠 이 지나지 않아 붙잡혀서 사형 을 당
했다
나는 나 자선의 기구한 신세를 한탄했다. 전생에 무슨 죄 를
열마나 지었기에 이처럼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가 이제
는 어디에 의지해 남은 목숨을 이어 갈 것인가, 이때 문득 언젠
가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석가족의 아들이 고행 끝에 부처
님이 되어 과거와미래의 일 을 훤히 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곧 기원정사로 갔다. 나무에 꽃이 활짝 핀 듯. 별 속의
달과 같은 부처님 의 모습을 멀 리서 보았다. 부처 님은 내 곁으
로 걸 어오셨다 나는 그동안에 겪은 일들을 낱낱이 말씀드리 고
나서, 나를 가없이 여겨 수행자가 되게 허락해 달라고 그분에
게애원했다
부처님은시자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인을 데리 고 가서 고타미에게 맡겨 계법없&을 일러 주
게하라’
나는 고타미 밑에서 비구니가 되었다 네 가지 성 스 러운 진
리 l띠앤:Jit'와 인생은 괴 로움이라는 것. 모든 것은 공하고 무상하
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부지런히 정진해 마침 내 아라한이 되
었다 그래서 나의 과거와 미래 를 모두 알 수 있었다. 내가 현
세에서 받은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지만, 그것은 오로지 전생
에 내가 지 은 업의 갚음으로 털끝만치도 어 긋님이 없었다 ”
2건 에서 기 구한사연을듣고 있던 비구니 들이 물었다
.천생에 무슨 죄업을 지었기에 그토록 견디기 어려운 재앙
을 당하셨는지 설 명해 주십시오 ”
미묘 비구니 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자세히 들 들으시오 지난 세상에 한 부자가 있었소 . 그는
재산은 많았지만 아들이 없어 작은부인을 두게 되었소 지 체 는
낮은 집 딸이지만 이릉다워서 부자는 그녀를 몹시 사랑했소.
게다가 그녀는 사내이-이를 낳았소. 부자와 작은부인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소, 이때 큰부인은 시샘이 나서 이런 생각을
했소
‘나는 비록 귀한 가문의 출신이지만 이 집안의 대를 이을 자
식을낳지 못했다. 이제 저 아이가자라면 이 집안의 재산을모
두 상속받을 것이다 그때 내 처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큰부인은 질투심이 치솟아 아이가 자
라기 전에 일찌감치 죽여 버려야겠다고 결섬했소 그래서 그
아이의 정수리에 바늘을 깊이 꽂았소 아이는 시름시름 앓다가
열흘쯤 지나 마침내 죽고 말았소‘ 작은부인은 너무 애통해 미
칠 듯했소 그리고 아이가 갑자기 죽은 것은 틀림없이 큰부인
이 저지른 일일 거라고 단정하고 이렇게 따져 물었소.
‘당신이 우리 아기를 죽였지요?’
큰부인은 펄쩍 뛰면서 이런 맹세를 했소.
‘만일 내가 그대 아이를 죽였다면 다음 생에 내 남편은 독사
에 불려 죽고, 남편과 내가 낳은 자식은 물에 빠져 죽거나 늑대
에 잡아먹힐 것이오 니는 산 채로 묻히고 내 부모 형제는 불에
타 죽을 것이오 이래도 나를 의심하겠소? 이래도 니를 의심하
겠소?’
그때 그 부인은 죄와 복의 갚음이 없다고 생각해 그와 같이
맹세 를 했던 것이오. 그러나 지금 다 그대로 받으면서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소- 알고 싶소? 그때의 그 부인이 바로 현재
의이몽이오
나는 지금 다행히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 아라한이 되었
지만‘ 뜨거운 바늘이 정수리로 들어와 발바닥으로 나가는 듯한
고통을 밤낮으로 겪고 있소 재앙과 복은 이와 같이 결코 사라
지 는 것이 아니오”
〈현우경〉 미묘비구니품
〈현우정〉을 읽다가 이 기구한 이이:기 를 처음 보았을 때, 사란이
이럴 수 있는가 싶 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어떤 경전을 보면, 성
지-도 인괴판계에서민은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몇 생 을 두고 얽히
고설켰을 그 미묘한 관계가 새삼 두려워진 다 사람에게 는 자기 몫
의 생애 대해서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착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
아무도미워하지 않고매인 데 없이 자유롭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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