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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학교 폭력의 기원 [강명관]

문근영 2012. 7. 1. 09:17

제 272 호
학교 폭력의 기원
강 명 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대학 입시가 코앞이었다. 막판에 동동거린다고 평소 없던 실력이 붙을 리 만무지만, 불안한 마음에 책을 붙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집에는 공부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교실에 남아서 책을 볼 수밖에.

늦가을의 쌀쌀한 날씨와 함께 찾아온 감기몸살은 좀처럼 내 몸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지친 몸은 쇳덩이처럼 가라앉고 있었다. 오한이 계속되었고, 관절이 쑤셨다. 10년도 더 된 아버지의 낡은 잠바를 걸치고 학교에 갔다. 교문 앞에서 벗어 작은 비닐 가방에 쑤셔 넣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 식당에서 배춧국을 사서 밥을 말아 먹고 있었다. 수업이 끝났기에 잠바를 걸치고 있었다.

“야, 임마! 너 왜 잠바 입고 있어?”

3년 동안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지만, 얼굴을 아는 교사였다.

“엉, 왜 잠바 입고 있어, 엉!”
“선생님, 제가 감기몸살 때문에 너무 추워서요,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려니까 너무 추워서 ……”
“이 새끼가! 너 임마, 교복 위에 잠바를 입으면 되냐?”
“선생님, 몸이 하도 추워서 ……”
“임마 봐라, 말도 많네. 너 교무실로 따라와!”

아, 일이 났구나! 사태가 쉽게 마무리 되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차가운 교무실 바닥에 꿇어앉았다. 교사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 역시 같은 말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제가 감기로 열이 있어서 ……”
“야, 임마, 그럼 집구석이 있을 것이지, 이 새끼가 ……”

교사는 벌써 짧은 대나무 회초리로 내 머리를 한 대 갈긴 터였다.

“야, 임마 교칙에 교복 위에 잠바 입으란 규정 있어?”

무조건 참고 죽을죄를 진 죄인처럼 ‘잘못 했습니다’란 말을 반복해야 했지만, 모욕적 언사와 회초리질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교칙에, 교복 위에 잠바 입지 마란 규정은 어디 있습니까?”

바라던 말을 내뱉어 먹이로 던져 주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휘발유를 끼얹고 불길로 뛰어든 셈이었다.

“이 새끼가! 어디서 반항을!”

교권을 빙자한 폭력도 사랑의 매로 받아들이던 학창시절

그는 이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주먹과 발, 막대기로 내 몸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옆의 교사도 ‘건방진 놈’ 하면서 거들었다.

사태는 결국 각본대로 진행되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나는 ‘선생님, 잘못했습니다’를 무수히 반복했고, 때릴 만큼 때려 분을 푼 교사는 ‘가 봐!’란 말을 한 토막 내뱉었다. 몸이 엉망이 되어 며칠을 꼬박 더 앓았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맞았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날만 어처구니없는 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었다. 또 나만 그렇게 맞았던 것도 아니었다. 교사의 폭행은 날마다, 수업마다 있었다. 별것도 아닌 이유로 뺨과 엉덩이는 학생의 소유가 아니었다. 폭행을 휘두르기로 유명한 교사가 담임이 되지 않기를, 그 사람의 과목을 듣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나의 기대는 번번이 어긋났다.

나는 지금도 내가 오한을 견디기 위해 낡은 잠바를 걸친 것이, 뺨을 내어주고 구둣발에 밟힐, 그런 중죄인지 알지 못한다. 지금 학생들은 교실에서 노스페이스 잠바를 입고 있다. 하지만 그 학생들을 주먹과 몽둥이로 짓이기지는 않을 것이다.

일진, 왕따, 빵셔틀, 자살은 학생들 사이의 폭력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폭력의 기원을 더듬어 올라가면, 나와 내 친구들이 경험했던, 수십 년 학교에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었던(아니 지금도 있는) 그 폭력을 만나게 된다. 학교란 제도의 권력을 방어막으로 삼고, 교육을 명분으로 삼아, 용인되는 그 폭력 위에 학생의 폭력이 자라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를 보았다. ‘학생인권’이란 말이 너무나도 신선하고 놀랍다. 앞으로 ‘학생인권’이 상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교사나 학생이나 그 누구도 타인에게 폭력을 가할 권리는 없는 법이다. 인간은 매 맞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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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저서 : 『조선의 뒷골목 풍경』, 푸른역사, 200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푸른역사, 2001
『조선시대 문학예술의 생성공간』, 소명출판, 1999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길, 2006
『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 소명출판, 2007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푸른역사, 2007 등 다수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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