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70 호 |
| 실록에 나타난 윤근수의 행적 |
| 김 문 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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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수는 스물 두 살의 나이로 문과에 급제한 이후 59년 동안 관리 생활을 했다. 선조 대에 영의정을 지낸 윤두수의 동생이었던 그는 내직으로 승지와 판서를 지냈고, 외직으로 경상관찰사와 개성유수를 역임했다. 윤근수의 벼슬살이에서 가장 뚜렷한 행적은 임진왜란 중에 나타난다. 전쟁이 시작되자 그는 외교문서를 담당하는 예조판서이자 명나라 군대를 지휘하는 송응창(宋應昌)의 접반사로 활동하면서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1593년 12월의 일이다. 조명 연합군의 반격으로 왜군의 공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송응창은 조선에서 왜군을 완전히 몰아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왜군이 조선의 남쪽 지역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조선 정부는 왜군을 섬멸해 줄 것을 명 정부에 요청하려 했지만, 외교문서는 송응창을 거처야 했으므로 여의치 않았다. 이 때 비변사에서는 윤근수를 북경에 파견하여 국가의 위급함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어에 뛰어난데다 전황까지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조선의 사정을 호소하는데 적임자라는 것이 이유였다.
윤근수는 명 장수들과의 접촉을 통해 명 군대의 이동 상황, 군비와 군량의 실태, 왜군의 동태를 파악하고 그때그때 조선 정부에 알렸다. 또한 조선 정부에서 명나라에 요청하는 사항을 전달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쟁 중에 그는 압록강을 열 번이나 건넜다고 하는데, 급박한 현안이 있으면 국경을 넘어가 명 장수들과 직접 협상했다. 전쟁이 끝난 후 윤근수가 호성공신(扈聖功臣) 2등에 오른 것은 합당한 포상이었다고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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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의 숨겨진 꼼수···· 정치색 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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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을 비교하면 윤근수의 행적은 매우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우선 사건이 있었던 날짜가 다르다. 1589년에 윤근수는 양국 간의 현안이던 종계변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신종 황제에게서 『대명회전(大明會典)』 전질을 받아서 돌아왔다. 종계변무란 ‘태조 이성계가 이인임의 아들이고, 고려 말의 네 왕을 시해하고 왕이 되었다’는 명 기록의 오류를 수정해 달라고 요청한 사안이다. 윤근수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선조는 크게 기뻐하면서 종묘에 보고하고 교서를 반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윤근수의 귀국 날짜가 『선조실록』에는 11월 22일, 『수정실록』에는 10월 1일로 기록되어 있다. 무려 50일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다음으로 사실을 기록한 분량이 다르다. 선조는 윤근수가 종계변무를 해결한 공로를 인정하여 광국공신(光國功臣) 1등에 올렸다. 이에 대해 『수정실록』은 광국공신이 된 사람들의 명단과 이들이 받은 혜택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러나 『선조실록』은 매우 간략하게 처리하여,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이다. 윤근수의 중요한 행적은 상대적으로 『수정실록』에 잘 나타난다.
가장 큰 차이는 윤근수의 행적에 대한 사관의 평가이다. 『선조실록』에는 ‘국가가 위태로운 때를 당해 한 번의 기이한 계획이나 한 사람의 어진 이를 천거하여 시국의 어려움을 구제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재물 탐하는 것을 능사로 하였고 장점은 문장뿐이다.’ ‘경박하여 예의가 없으니 나라의 도적이며 사림의 해충이다.’와 같이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이에 비해 『수정실록』에는 ‘윤근수가 예부에 글을 올리니 예부상서 우신행(于愼行)이 그 글을 보고 번방(藩邦)에도 사람이 있다고 감탄했다.’ ‘조광조의 억울함을 씻어주기를 청하였고, 이황과 조식을 따라 주자와 육구연의 차이를 논했으며 이이, 성혼과 친구가 되었다.’ ‘역사를 쓰는 자가 윤근수는 간사한 사람 편이 되어 선한 사람을 배척하였다고 한 것은 잘못이다.’라고 기록했다.
『선조실록』은 광해군 초기에 편찬되어 북인의 입장이 강하고, 『수정실록』은 인조 대에 시작하여 효종 초기에 완성되었으므로 서인의 입장이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윤근수는 서인에 해당한다. 모든 기록에는 정치적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나 차이가 난다면 ‘사실을 기록한다.’는 실록(實錄)의 본뜻에 크게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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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문식 |
단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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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조선후기경학사상연구』, 일조각, 1996 『정조의 경학과 주자학』, 문헌과해석사, 2000 『조선 왕실기록문화의 꽃, 의궤』, 돌베개, 2005 『정조의 제왕학』, 태학사, 2007 『 조선후기 지식인의 세계인식』, 새문사, 200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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