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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관게와 사찰음식의 상품화 [김정남]

문근영 2012. 6. 8. 13:43

제 591 호
오관게와 사찰음식의 상품화
김 정 남 (언론인)

설악산 오현스님 얘기를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보도를 통해 그의 동안거 해제 법문을 듣게 되었다. 그 법문이 좋아 그것부터 소개하고 넘어가고 싶다. “20여 년 전 한 염장이를 만났어. 늙수그레한 영감이 시신을 돌보는데 그런 지극정성이 없는거야. 40년 염을 했더니, 시신을 보면 그 살아온 인생이 보인대. 죽은 이가 하고 싶어하는 말도 다 알아들을 수 있대. 염을 할 때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자기 마음 편하자고 정성을 다 한다는 거야. 자기를 위한 일이지 시신을 위한 게 아니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참 부끄러웠어요. 이 사람 얘기가 대장경이구나. 생로병사, 제행무상, 화엄경, 법화경, 조사어록이 그 삶에 다 들어있어! …”

도를 얻기 위해 이 음식을 먹노라

설악산 신흥사 조실 조오현 스님은 나도 몇 번 만나본 적이 있다. 그는 70~80년대 쫓기는 수배자를 절집에 숨기기도 했다. 그는 선승이요,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이 뭣고’ 화두를 참구하는 구도자의 모습이 배어있다. 예컨대, ‘내가 나를 바라보니’라는 시가 그렇다.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몇 년 전 우연치 않게 그와 신경림 시인과의 대담집 「열흘간의 만남」(아름다운 인연,2004)을 읽은 적이 있었다. 다양한 화제로 이 책은 내게 불교를 비롯하여 실로 많은 것을 깨우쳐 주었다. 그 가운데, 음식에 대한 가르침이라 할 오관게(五觀偈)가 불가에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들어 알게 되었다.

이 음식에 깃든 공덕을 생각하면
부족한 나는 받기가 송구하네
욕심껏 맛있는 것만 먹으려 하지 않고   
오직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약으로 알고   
마침내 도를 얻기 위해 이 음식을 먹노라

計功多少量彼來處
忖己德行全缺應供
防心離過貪等爲宗
正思良藥爲療形枯
爲成道業應受此食

음식을 먹을 때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는 글로 이만한 것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금액이 1년에 20조원을 헤아릴 만큼, 음식에 대한 외경과 절제력을 잃고 있는 것이 한국음식문화의 현실이다. 오관게야말로 이러한 음식문화에 대한 더 없는 경구이다 싶어, 나는 이 글을 적어가지고 다니며 진정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되는 집에 고마움의 표시로 남겨놓고 오곤 한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필경 그만큼의 공덕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 가방 속에는 붓글씨로 쓴 ‘오관게’ 몇 장이 들어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먹는 것

불가의 공양법은 수행과 이어져 있다. 음식을 받을 때는 아예 먹을 만큼 적당히 양을 받고, 받은 음식은 다 먹어서 남기지 않는다. 공양이 끝난 후에는 발우에 남은 음식찌꺼기까지 다 씻어서 먹는다. 이는 수행자가 끼니를 탁발해서 얻은 불교전통에서 나온 것이다. 대중에게 밥을 얻은 대신 수행자는 수행을 통해 깨우치고, 그 깨우침을 대중에게 전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불교에서 탁발은 사라졌지만 발우에 든 것이면 다 먹어야 하는 전통은 남아있다.

그 책에도 나와 있지만, 불가에 전해 내려오는 얘기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옛날 어떤 수행자가 어느 절에 큰스님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는 중이었다. 수행자는 큰절 입구까지 와서 잠시 개울가에 앉아 세수를 하고 땀을 식혔다. 그런데 절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물에 콩나물 한 개가 둥둥 떠내려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이 절에 훌륭한 고승이 있다기에 찾아왔더니 그 소문은 거짓이로다’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그 때 절 쪽에서 한 행자가 뛰어내려오면서 저기 떠내려가는 콩나물 좀 건져달라고 소리를 치는 게 아닌가. 수행자는 역시 큰스님이 계시는 곳은 다르다면서 발길을 돌려 큰스님 밑으로 갔다.

초발심자경문에도 ‘너희가 배가 고프거든 산에 있는 나무껍질과 풀잎, 나무열매를 먹어라. 그것도 배불리 먹지 말고 주린 배를 위로하라’는 말이 있다. 불가에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먹는 것이라 생각하고, 단순히 배고프기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라 공양을 통해 모든 존재가 서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 계기로 삼는다고 한다. 그것이 석가 이래 불가의 아름다운 전통인 것이다. 우리네 사찰음식은 직접 담근 장류와 제 땅, 제 철에 난 채소, 그리고 정성을 다한 조리법으로 우선 정갈하고 그 맛이 담박하다. 사찰음식에는 공양에 담긴 생명의 가치와 검박함, 그리고 수행정신이 담겨있다.

그런 사찰음식이 상품화, 고급음식으로 둔갑하고 있다. 비싼 것은 1인분에 5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런 고급 코스요리가 사찰음식으로 알려진다면, 절에서 모든 스님들이 이렇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착각하게 될 것이다. 성철스님은 한끼에 반찬 세 가지 이상을 들지 않았다고 들었다. 큰 스님의 도는 따르지 않으면서 입맛만 챙기는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세계화와 한류 바람을 타고, 사찰음식을 고급요리로 개발, 뉴욕과 파리에서 선보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찰음식이 갖는 그 아름다운 전통과 수행정신은 간 곳 없이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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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정남
· 언론인
· 前 평화신문 편집국장
· 前 민주일보 논설위원
· 前 대통령비서실 교문사회수석비서관
· 저서 : <진실 ,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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