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아래 그림자 지니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배척하던 조선시대에 스님들은 유생 관료들에 의해 말할 수 없는 박해를 받았다. 그 당시 스님들은 칠천七賤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종, 기생, 악공과 광대, 가죽신을 만드는 갖바치, 고을의 아전, 관아에서 심부름하는 하인과 함께 천한 계급으로 다루어졌다. 그래서 스님들한테는 하대를 했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데 물어보자’라고 한 것도 이런 상황에서 나온 표현이다. 심지어 스님들에게는 도성都城(서울) 출입이 법으로 금지돼 있었다. 이와 같은 악법이 사라진 것은 한말 일본 스님들에 의해서였다. 일본 스님들은 남의 나라 도성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데 정작 본국의 스님들은 자기네 나라 도성을 출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당국에 시정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보호를 받던 고려시대보다도 갖은 천대와 박해를 받던 조선시대에 뛰어난 수행자들이 많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오늘의 수행자들에게 가르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동서양의 종교역사를 통해서 볼 때, 종교는 정치권력을 등에 업을 때가 가장 반종교적으로 타락했고, 체제로부터 박해를 받을 때가 가장 순수하게 제 기능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불타 석가모니는 <숫타니파타>에서 ‘천한 사람’에 대해 이와 같이 말한다.
“얼마 안 되는 물건을 탐내어 사람을 죽이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 상대가 이익되는 일을 물었을 때, 불리하게 가르쳐 주거나 숨긴 일을 발설하는 사람. |
'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58, 끝)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 책에 읽히지 말라 (0) | 2012.05.22 |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57)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 임종게와 사리 (0) | 2012.05.21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55)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 하늘과 바람과 달을 (0) | 2012.05.19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54)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 5백 생의 여우 (0) | 2012.05.18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53)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 그림자 노동의 은혜 (0) | 2012.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