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함께읽기

[스크랩] 누가 새 시대를 열고 있는가? [김민환]

문근영 2012. 3. 14. 01:32

제 577 호
누가 새 시대를 열고 있는가?
김 민 환 (고려대 명예교수)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어느 대표적인 기업인이 우리 정치가 삼류(三流)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 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정치가 삼류를 면하려면 두 가지 치명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상궤(常軌)를 벗어난 이념지향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파와 좌파가 길항(拮抗)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어느 일파가 장기집권을 하는 것 보다는 번갈아가며 정권을 맡아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파와 좌파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지향성에 집착하고 있다.

우파는 자유민주주의를 참칭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능멸한 군부 권위주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선거에 임했지만 집권 이후 공권력 강화를 기반으로 재벌만 바라보며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고 일방통행을 일삼다가 파탄지경에 빠졌다. 좌파는 아직도 80년대의 반체제 변혁논리를 청산하지 못한 것 같다. NL이건 PD건 군부 장기집권 하에서 전개된 한국자본주의의 맹점을 이해하는 하나의 유용한 분석틀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대내적으로 민주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80년대의 분석틀은 유용성을 상실한지 오래다.

좌우파의 시대착오적인 이념지향성은 끝없는 대립과 갈등, 분열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물론 여야 정치인 가운데 온건하고 합리적인 분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 반갑지만, 결정적인 국면에서는 좌우의 원리주의 강경파들이 국면을 주도하며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다.

둘째는 지역정당체제를 허물어야 한다. 여야 정당이 다 같이 전국정당을 지향한다고 말은 하지만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그런 노력을 보인 적이 없다. 국회의원들은 되레 지역주의에 기대어 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한 것 같다. 인사나 지역개발에 타 지역을 배려하는 풍조만 정착해도 지역주의가 많이 완화될 터인데 이 정권 들어서도 영포회니 형님 예산이니 하는 말만 무성하니 가슴이 답답할 노릇이다.

시대착오의 낡은 시대감각을 과감히 버려야

노랫말처럼 봄은 얼음장 밑으로 오는 것일까? 최근 들어 시대착오적인 이념지향성과 지역정당체제에 충격을 가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높은 지지도도 그렇고, 무당파 박원순 후보가 서울 시장에 여유 있게 당선한 일도 그렇다. 여권에서 이석연 변호사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려 한 것이나 서울대 박세일 교수가 아예 창당을 타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신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올바로 말하자면 새 시대를 여는 사람들은 안철수나 박원순, 또는 이석연이나 박세일이 아니다. 다름 아닌 20·30·40의 무당파 유권자들이 앞장서서 시대착오적인 이념지향성이나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허무는 지난한 일을 해내고 있다. 안철수 박원순이나 이석연 박세일은 그런 도도한 흐름을 먼저 감지해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을 따름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돈다. 여권에서도 한나라당 가지고는 총선을 치를 수 없어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두 당의 명운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젊은 무당파 유권자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의 표현대로 “먼 옛적에 사라진 시발택시마냥 고물(古物)로 달리는 낡은 시대감각”을 내던지지 않는다면, 구체적으로 말해 이념적 오류나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느 당이건 미구에 사라지거나 아니면 껍데기만 남는 사실상의 식물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다. 던지는 자는 얻고, 집착하는 자는 잃는다. 시대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글쓴이 / 김민환
· 다산연구소 대표
· 고려대 명예교수
· 한국언론학회 회장 역임
· 저서: <개화기 민족지의 사회사상>
<일제하 문화적 민족주의(역)>
<미군정기 신문의 사회사상>
<한국언론사>
<민주주의와 언론>


 

출처 : 이보세상
글쓴이 : 이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