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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취업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강명관]

문근영 2012. 1. 31. 07:37

제 256 호
취업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강 명 관(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19세기 말 20세기 초 계몽주의자들은 농민들의 게으름을 나무랐다. 일 안하고, 술 먹고, 놀음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빈둥거렸던 농민이 만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자 부지런히 땅을 개간하고 농장을 꾸려 착실한 부농이 되어 살더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빤하다. 조선 땅에서는 땅을 뒤져 봐야 소출의 절반 이상을 지주에게 주고, 세금을 내고, 빌려 먹은 곡식 갚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아무리 용을 써 봐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푼돈이라도 생기면 술을 마시고 투전판에 끼어든다. 그런데 만주로 갔더니, 개간을 하면 자기 땅이 된단다. 그러니 죽을힘을 다해 땅을 일구어 재산을 모아 가족을 건사하는 사람이 적잖게 나왔던 것이다.

대학이 교육에서 취업까지 책임져야하나

농민이 자신이 소유한 땅을 잃고, 또 소수 양반 지주에게 토지가 집중된 것은 조선후기 이래 거대한 사회 문제였다. 경작하는 농민이 땅을 가져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백출했다. 다산이 「전론(田論)」에서 주장한 ‘여전론(閭田論)’도 그 중 하나다. 그 골자는 토지의 공동소유이고, 모든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이 토지의 경영에 참여하여 노동에 따른 대가를 분배받는다는 논리다. 즉 ‘여전론’을 따르면 완전 고용이 가능한 것이다. 완전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비로소 나태한 인간으로 불러도 좋다! 사회적으로 배제되어도 마땅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최근 대학을 선진화한다, 평가한다 하면서 대학에 평가 자료를 내어 놓으란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평가 항목 하나가 취업률이다. 취업률이 낮으면 저질 학과, 저질 대학이 되고 퇴출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물어보자.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낮은 것이 대학의 책임인가, 전공학과의 책임인가?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하지 않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대학은 서열화 되어 있고, 또 전공에 따라 취업이 쉽게 가능한 분야가 있는가 하면, 아닌 분야도 있다. 일자리가 많은 서울 소재 대학이 있는가 하면, 일자리가 태부족한 지방 소재 대학도 있다. 따라서 취업률을 결코 대학이나 전공학과, 그리고 개인에게 책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낮은 것은, 전적으로 국가와 정치, 기업의 책임이다. 

다산에게 취업과 책임의 길을 묻다

토지의 공유를 통해 완전 고용을 말했던 다산은 「전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늘이 백성을 내고는 그들에게 농토를 마련해서 주어 갈아먹고 살아가게 하였다. 거기에 더해 백성을 위해 임금을 세우고 목민관을 세웠다. 그들이 백성의 부모가 되어, 백성들에게 생업을 챙겨서 다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하지만 임금과 목민관은 그 자식들이 서로 공격하고 빼앗고 삼키고 하는 것을 팔짱을 끼고 빤히 바라보면서도 금하지 않는다. 억센 놈이 더 많이 빼앗고, 약한 놈은 떼밀려 땅에 자빠져 죽게도 만든다. 이럴 경우 임금과 목민관은 정말 임금과 목민관 노릇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다산에 의하면 백성이 토지를 빼앗긴 것은 임금과 목민관 책임이다. 다산은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곡식 수천 석을 수확하는 높은 벼슬아치나 부자는 1백 결(結)이 넘는 토지를 소유하는데, 이것은 9백 90명의 생명을 해쳐 한 집안만을 살찌게 하는 것이고, 곡식 1만 석을 수확하는 조선 최고의 부자인 영남의 최씨와 호남의 왕씨는 4백 결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는데, 이것은 3천 9백 90인의 생명을 해쳐서 한 집안만을 살찌게 한 것이다.”

다산의 말을 곱씹어 보면, 오늘날 좋은 일자리가 태부족하고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도서관에는 스펙을 쌓기 위해 밤낮을 잊은 학생들로 빼곡하다. 그들은 만주 땅에서 개간하던 농민들처럼 열심히 일할 의지가 충만하다. 그런데 왜 일자리는 주지 않는가. 책임을 져야 할 곳은 국가와 정치, 기업인데, 왜 대학이 마치 학생들의 취업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처럼 닦달을 하는 것인가? 물론 대학은 학생 취업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 취업의 궁극적 책임은 취업률을 높이라고 닦달하는 쪽에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교육인적자원부의 관리가 있다면 제발 다산의 「전론」을 읽어보시고, 취업률 운운하는 소리는 그만 집어치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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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강명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저서 : 『조선의 뒷골목 풍경』, 푸른역사, 200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푸른역사, 2001
         『조선시대 문학예술의 생성공간』, 소명출판, 1999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길, 2006
         『국문학과 민족 그리고 근대』, 소명출판, 2007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푸른역사, 2007 등 다수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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