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자전거
이윤학
어둠이 내릴 때 나는
저 커브 길을 펼 수도
구부릴 수도 있었지
저 커브 길 끝에
당신을 담을 수도 있었지
커브 길을 들어 올릴 수도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수도 있었지
당신이 내게 오는 길이
저 커브 길밖에 없었을 때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했지
커브 길 밖에서는 언제나
푸른 자전거 벨이 울렸지
메타세쿼이아
이윤학
너와 나의 창문 밖으로
끝이 없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펼쳐져 있으면
메타세쿼이아 가지에선 봄마다
부드러운 연둣빛 잎이 둥지 속
갓 태어난 새털처럼 돋아나
무수히 날개를 달고 날아갔으면
미래가 없는 곳으로도 날아갔으면
피라미드가 커서 피라미드가 커서
이 세상과는 상관없이 살아갔으면
―시집『나를 울렸다』(문학과지성사, 2011)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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