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한도훈
홍시에 멱감고 싶었다
홍시 속에 파묻혀
실눈을 뜨고서
빨갛게 물들어버린 세상을
피 놓고 넋 놓고
말갛게 씻긴 영혼만으로
빠끔 내다보고 싶었다
소란스런 참새떼 달려들어
풍덩 내 영혼 속으로
참 염치없게 주둥이를 들이밀어도
세상은 빨간 홍시가
응깨진 것이라고
사분사분 말해주고 싶었다
산이슬빛 낮달이 뜨고
손각시하고 동행하는 산길
들숨날숨 연달아 쉬며
숨이 가빠오는데
절벽 위 아슴아슴 달려있는 홍시
그 홍시에 멱감고 싶었다
절벽 아래로 떼구르 굴러
세상 밖으로
튕겨진다고 하더라도
- 시집『홍시』(미추홀출판사, 2009)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飛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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