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내렸다
전동균
때 이른 한파 몰아쳐
마가목 나무 밑에 찍힌 새 발자국
하얗게 얼어붙은 아침
살과 뼈를 태우고
핏속의 암종도 다 태우고
반 평 흙집에 홀로 계신 아버지
얼마나 추우시랴, 그곳은
진로소주도 없을 테니
황태국에 밥 말아 먹다가
무언가에 떠밀리듯 숟가락 떨어뜨리고
아버지 계신 쪽으로
슬쩍, 더운 국밥 그릇을
옮겨놓는 아침
―전동균 시집 『거룩한 허기』(랜덤하우스, 2008)
**세상 살이의 반밑천은 가족이다. 그 중, 부모는 살아계신 그것으로 살아계신 그것으로 반밑천의 그늘이 되어 주신다. 전동균 시인은 "살과 뼈를 태우고 / 핏속의 암종도 다 태우고 / 반 평 흙집에 홀로 계신 아버지 / 얼마나 추우시랴, 그곳은 / 진로소주도 없을 테니"라며 반 평 땅에 계신 아버지의 추운 겨울을 걱정하신다. 사람이 살다 땅 속에 묻히는 그 날 부터 살아있는 사람의 가슴에는 또 다른 삶의 무덤을 하나 갖고 살아가고 있다. 반 평 땅 속에 계신 아버지의 추위 걱정을 하시는 마음, 서리가 내려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때문에 시인은 "슬쩍, 더운 국밥 한 그릇을 " 아버지 계신 쪽으로 옮겨 놓았을 것이다. 살아가는 게 모두 마음의 사랑이다. 그 사랑을 주고 받는 일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마도 시인이 바라 본 서리가 내렸다는 시인 가슴에 더 시린 아픔의 지난 날이 몰려와 가슴을 시리게 하였을 것이다. 그게 사람 사는 윤리고 도덕이 아닌가 싶다. 부모 생각하는 자식 만큼 세상 아름다운 일도 없을 테니,
-'한결시추천메일2462'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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