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집 / 문근영
오래된 절 마당의 느티나무 한그루
천 년의 세월 오롯이 떠받치고 서 계신다
굵은 가지가 선뜻 내어준 자리에
초록을 단단히 잡고 마른 삭정이만 골라
층층이 지은 탁란(托卵)의 깊은 둥지
갓 부화한 꼬물거리는 것들이
옹기종기 어미 품에서 음표처럼 옹알거릴 때
동자승 경 읽는 소리 도량을 가득 채운다
뒤척이는 나뭇잎 사이로 눈 시린 햇살 반찬
입 벌린 만큼 틈새 비집고 떨어져
푸른 날개 키우는 고요한 단칸방
바람 불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창문도 없는 어둔 방에 달빛이 낮게 걸릴 때
마음 밭 한 평 늘리지 못하고
뾰족하게 각 세운 나의 옹졸한 마음만
잎사귀 끝에 매달려 떨고 있다
세찬 비바람 막아 줄 어머니 숨결이 묻어 있는
둥근 방에 나도 날개 단 어린 것이 되어
옹이진 마음 눕히고 싶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메모 :
'나의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해바라기에 관한 시 모음> 이준관의 `해바라기꽃` 외 (0) | 2011.12.26 |
---|---|
[스크랩] < 겨울에 관한 시 모음 > 강세화의 `겨울 맛` 외 (0) | 2011.12.25 |
[스크랩] 동그란 사랑 / 문근영 (0) | 2011.11.06 |
[스크랩] 물의 뼈 / 문근영 (0) | 2011.10.22 |
삼겹살을 구우며 / 문근영 (0) | 2011.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