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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군대문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안경환

문근영 2011. 3.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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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문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며 영광에 살았다.” 노래방의 선곡집 한 귀퉁이에 ‘군가’ 항목이 있다. 그러나 ‘진짜사나이’와 같은 군가를 즐겨 부르는 젊은이는 거의 없다. 하물며 군복무를 영광으로 믿는 애국청년은 더더구나 귀하다. 나라가 있고나서 비로소 개인이 있다, 아무리 정신교육에 열을 올려도 군대는 젊은이 사이에 인기를 잃어가는 귀찮은 일임에 분명하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진다.” 납세, 교육, 근로의 의무와 함께 헌법이 규정한 이른바 “국민의 4대 의무”의 하나이다. 교육의 의무와 근로의 의무가 선언적 의무라면 납세의 의무와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일상을 직접 규율하는 현실적 의무이다. 그 중 국방의 의무는 결정적인 시기에 대한민국의 젊은이를 일생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현실성이 강한 의무다.

인기없는 ‘진짜사나이’

실제로 모든 젊은이가 군무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사유로 합법적으로 면제받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군복무자의 치명적인 부담은 바깥세상으로부터의 단절과 기회의 상실일 것이다. 나라에 대한 충성은 접어두고서라도 병영생활을 통해 비로소 세상을 배웠고,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제대군인의 남다른 자부심도 복무 중에는 물론 제대 후에도 자기연마와 사회활동에 뒤처지는 현실 앞에 맥없이 무너진다. ‘누구든지 병역의무로 인한 불이익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1980년에 추가된 헌법조항은 군에 ‘끌려가서’ 무언가 억울하다고 느끼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나라의 최고규범이 건네주는 최소한의 위로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에서 제대군인에게 몇 점 가산점을 주었다가 ‘헌법 위반’이라는 철퇴를 맞은 나라가 아닌가?

‘대한민국은 군대다!’ 어느 ‘여성학’ 학자의 도발적인 책 제목이다. 이 나라 구석구석에 뿌리박은 국가주의, 군사문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한때는 미풍양속으로 받아들이던 가부장제의 윤리가 이제는 타파해야 할 군사문화의 구악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군대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으며 남녀의 역할의 차이에 대한 인식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군대가 남성만의 영역이라는 전통적 관념은 이미 무너졌다. 육·해·공군, 삼군 사관학교에서 여성생도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오랫동안 ‘진짜 사나이’를 기대하던 군대도 이제는 굳이 근육을 요구하지 않는다. 현대의 전쟁은 실제로 몸이 부딪치는 백병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군사력도 전체 국력의 일부로서 판단하고 양성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세계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운동선수들에게 병역면제의 특혜를 준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물론 2002년 월드컵 축구에 이어 지난 달 WBC 야구대회에서 4강의 성적을 거둔 청년들에게 병역 면제의 특혜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신체 강건하고 혈기 충천한 ‘진짜 사나이’감에게 군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국가 이미지의 제고에 기여한 무형의 공적을 인정한 것이다. 운동선수만이 아니다. 산업체 근무자, 예술가 등 다른 방법으로 국가경쟁력의 제고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품어내지 못하는 경직된 군복무 제도를 고집하고 있기도 하다. 한 예로 양심과 종교를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젊은이에게 다른 방법으로 국방의무를 수행하는 ‘대체복무’의 제도조차 강경하게 거부하는 우리가 아닌가?

인생에 도움되고 국력에 더 나은 군복무제도를

이제는 병역문제를 보다 큰 틀에서 검토해야 할 것 같다. 일대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한 마디로 모병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병제는 돈이 든다. 그러나 알고 자원한 사람에게는 책임의식이 있다. 누구도 내키지 않는 일을 모두에게 강요하면서 ‘국방의 의무’라는 차가운 공적 언어로 눌러버리는 제도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에서는 지원 모병제를 택하고 있다. 심지어는 영국처럼 외국인 용병을 자국의 군대에 활용하는 나라도 있다. 부자나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네팔도 모병제 국가이다.

군복무는 명예와 자부심에 더하여 인생설계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어야만 한다. 징병제의 유지냐, 모병제의 도입이냐, 선택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과연 어느 쪽이 나라의 힘을 키우는 데 나을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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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안경환
· 서울대 법대 교수
· 한국 헌법학회장
· 前 서울대 법대 학장
· 저서 : <미국법의 이론적 조명>
           <그래도 희망은 버릴 수 없다>
           <반대의 자유> <양심적 병역거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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