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스크랩] 2011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문근영 2011. 1. 3. 12:31

의자의 얼굴

 

 

    고 은 희

 

 

땡볕이 그늘을 끌고 모퉁이 돌아간 곳

누군가 내다버린 꽃무늬 애기 의자에

가난을 두르고 앉아

졸고 있는 할아버지

 

무거운 세월 이고 허리 펴는 외로움이

털어도 끈끈이처럼 온 몸에 달라붙어

허기진 세상은 온통

말줄임표로 갇혀 있다

 

살다 떠난 얼룩만이 가슴깊이 내려앉은

폐기물 딱지조차 못 붙이는 그 몸피여!

사는 건 먼지 수북한

그리움 또

견디는 것

 

오늘도 먼 길 돌아 헤살 떠는 한줄기 바람

먼저 간 할머니 손길 덤으로 묻어온 듯

그 옆에 폐타이어도

슬그머니 이웃이 된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