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얼굴
고 은 희
땡볕이 그늘을 끌고 모퉁이 돌아간 곳
누군가 내다버린 꽃무늬 애기 의자에
가난을 두르고 앉아
졸고 있는 할아버지
무거운 세월 이고 허리 펴는 외로움이
털어도 끈끈이처럼 온 몸에 달라붙어
허기진 세상은 온통
말줄임표로 갇혀 있다
살다 떠난 얼룩만이 가슴깊이 내려앉은
폐기물 딱지조차 못 붙이는 그 몸피여!
사는 건 먼지 수북한
그리움 또
견디는 것
오늘도 먼 길 돌아 헤살 떠는 한줄기 바람
먼저 간 할머니 손길 덤으로 묻어온 듯
그 옆에 폐타이어도
슬그머니 이웃이 된다
출처 : 대구문학신문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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