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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간 역사학자, 유득공
김 병 기(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전문위원)
개혁군주 정조는 규장각을 설치하고 자신의 개혁 정치를 뒷받침할 인재를 발굴해
요직에 등용시켰다. 각신(閣臣)으로 발탁된 이들은 정약용, 서유구, 남공철, 홍석주, 김매순 등 당시의 기라성같은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각신 아래 잡직(雜職)이었던 검서관(檢書官)이다. 정조가 초대 검서관으로 등용한 인물은 유득공, 박제가, 이덕무, 서이수 등
네 명이다. 이들은 서얼이란 신분적 제약으로 벼슬길이 막혀있던 아웃사이더의 학자였다. 정조는 이들을 구제하여 자신의 개혁을 수행할 학문적 실무를
담당케 하였다.
시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검서관으로 능력
발휘 이들 4검서관 중 박제가나 이덕무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는 이가 유득공(柳得恭)이다. 그러나 그의 평생지기이자 문우였던 박제가는 “누구보다 박학하고, 시를 잘 지으며, 나라의
역사에 밝은 이”라고 그를 칭송했다.
유득공은 몰락한 가문의 서류(庶流)로 태어났다. 서류 집안에 태어난 시대적 제약 앞에서 그는
어쩔 수없이 벼슬에 대한 꿈을 접었지만 시를 짓고, 좋아하는 역사와 지리 연구에 골몰했다. 그가 살던 인근에는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서구, 원중거, 백동수, 성대중, 이희관, 유가기 등 당대의 북학자들이 살고 있었으며 그들과는 신분과 연령을 떠나 시문과 학문을
교류할 수 있었다.
몰락한 양반가문의 서류로 태어난 유득공이 규장각 초대 검서관으로 관직생활을 시작한 것은 그가 32세 되던
해였다. 비록 하위직이지만 규장각의 검서관이 되었다고 하는 것은 그의 신변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생활고에서 벗어나 마음껏
학문의 뜻을 펼칠 수 있었다. 규장각의 검서관으로 15년을 있는 동안 유득공이 나이가 들어 돋보기 없이는 작은 글자를 못쓰는 지경이 되자 특별히
정조는 입직과 초사(抄寫)의 일을 면제해 주는 등 그를 아꼈다.
북학자들이라면 거의가 사행을 따라 북경을 방문하던 때다. 왜냐하면
이 시대의 북경여행은 외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유득공도 북경을 두 번, 심양을 한 번 찾았다. 그는 중국에
도착하여 공무를 수행하는 틈틈이 그곳의 학자들과 사귀었다. 처음에는 필담을 나누었으나 곧 중국어를 익혀 나중에는 그들과 중국말로 직접 대화하기에
이르렀다. 주로 한인 지식인들과 교제하면서 고금의 역사, 지리, 정치, 풍속 등의 지식을 주로고 받았는데 유득공의 폭넓은 식견에 그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남북국시대론’으로 우리 역사를 넓힌
『발해고』 그의 중국 방문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의 역사지리를 더 깊게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한백겸의 『동국지리지』등을 읽고 상상만 했던 한반도의 북부와 만주
일대에서 일어난 고구려와 발해 등의 역사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후일 그가 역사지리서인
『발해고(渤海考)』를 저술한 것이나 고려 이전의 역사에 대해 시문과 주석을 붙인 『이십일도회고시(二十一都懷古詩)』를 지어 우리 역사를 개관한
것, 한사군 역사를 다룬 『사군지(四郡志)』등의 저술을 남긴 것은 이 때의 경험이 큰 역할을 한 것이라 하겠다.
유득공의 저서
가운데 널리 알려진 『발해고』는 발해사 연구의 선구라 할 수 있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 처음으로 ‘남북국시대론’을 주장했다. 『동국지리지』에
발해가 언급되지 않은데 대한 의구심과 심양 여행을 통해 옛 발해의 땅을 몸소 답사할 수 있었던 경험으로 이를 집필했던 것이다. 검서관이었던 그는
규장각의 많은 비서(秘書)들을 섭렵할 수 있었고, 특히 그가 평소에 품었던 역사지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잃어버린 북방 고토인 발해의 역사를
저술하게 한 것이다. 그는 신라의 한반도 통일만을 강조하여 한국사의 판도를 한반도 안으로 위축시킨 종래의 역사인식을 바꾸어 우리 민족의 역사적
무대를 고구려와 발해의 고토인 만주 일대로 확대시켰다. 이런 점에서 그는 시대를 앞선 역사인식을 가진 실학자며 역사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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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병기 ·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전문위원 · 대한독립운동총사편찬위원회 위원장 · 저서: 『한국사의 천재들』(공저),생각의나무,
2006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3권(공저),김영사, 200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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