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酒絶色 屛去聲樂 齊欶端嚴 如承大祭 罔敢游豫 以荒以逸
술을 끊고 여색(女色)을 끊고 노래와 음악을 물리쳐 엄숙하고 공손하고 단정하기를 큰 제사 받들듯 해야 하며, 감히 놀이에 빠져 거칠어지고 안일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해설>
매지(梅摯)가 소주(詔州)의 장관이 되어 다스릴 때에 장설(瘴說, 官吏들의 고질적인 병통을 일일이 기록한 글)을 지어 말했다.
'벼슬살이에는 다섯가지 병통이 있다. 급히 재촉하고 마구 거두어들여 아랫사람에게서 긁어다가 윗사람을 봉양하는것은 조세(租稅)의 병통이요, 뜻이 깊은 법조문을 함부로 둘러대어 선악을 올바로 가리지 못하는 것은 형옥(刑獄)의 병통이요, 밤낮으로 주연을 베풀고 정사를 등한히 하는것은 음식의 병통이요, 백성의 이익을 침해하여 사욕을 채우는것은 재물의 병통이며, 어린 계집들을 모아 노래와 여색을 즐기는 것은 규방(閨房)의 병통이다. 이 중에서 한가지 병통만 있어도 백성이 원망하고 신(神)이 노하니 편안하던 자는 병이 들고 병든 자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벼슬살이 하는 자가 허물의 근본 병통을 알지 못하니 이 또한 잘못된 일이 아닌가.
<상산록(象山錄>에 이르기를, "술을 즐긴다는 것은 모두 객기(客氣)인 것이다. 세상사람들은 이를 올바른 취미로 잘못 생각하지만 이 객기가 자꾸 반복되어 그 습성이 오래 되면 폭음(暴飮)하는 주광(酒狂)이 되어 끊으려 해도 끊을수 없게 되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주정하는 자, 말이 많은자, 골아 떨어지는 자가 있는데, 술주정만 하지 않으면 스스로 폐단이 없는줄 알지만, 아전들은 수령의 잔소리나 군소리를 괴롭게 여길 것이며, 깊이 잠들어 오래 깨어나지 못하면 백성들은 민원(民願)처리를 기다리다 지쳐 원망할 것인즉, 어찌 미친듯 소리 지르고 횡설수설하며 음탕한 짓을 하고 부당한 형벌로 지나친 곤장을 치는것 만이 정사(政事)에 해가 된다고 하겠는가. 그러므로 목민관은 술을 끊어야 된다"라고 하였다.
창기(娼妓)들의 음탕한 풍습은 삼고 선왕(三古先王;夏의 禹王, 殷의 湯王, 周의 文王을 가리킴)의 습속이 아니다. 후세에 와서 오랑캐의 풍속이 차츰 중국으로 물들어 와 드디어 우리나라에 까지 미쳐온 것이니 목민관은 결코 여기에 홀려서는 안된다.
매양 보매, 소박하고 순진하여 깊이 틀어박혀 지내던 선비도 기생이란것에 처음 사로 잡히면, 빠져서 매혹됨이 더욱 심하니, 이부자리속에서 소곤거린 밀어(密語)를 철석같이 믿는다. 그들은 본시 기생이란것은 누구에게나 정을 주어 그 인성(人性)이 이미 없어지고 또 따로이 정부(情夫)가 있어 누설치 않는 말이 없음을 모른다. 밤중에 소곤거린 말이 아침이면 온 성(城)안에 퍼지고 저녁때 쯤이면 사방으로 퍼져, 평생 단정하던 선비가 하루아침에 바보가 되어 버리니, 이 어찌 서글픈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일찌기 호서(湖西)의 아사(亞使)로서 토지를 점검하는 일로 청주(淸州)에 보름동안 머문 일이 있는데, 강매(絳梅)라고 하는 재주와 미모가 출중한 기생이 항상 곁에 있었다.
사흘째 되던 날 밤 잠이 든 사이 발을 뻗으니 문득 사람의 살결이 닿는 것을 느꼈다. 누구냐고 물으니, 강매라고 하면서, "주관(主官)께서 '아사와 정교(情交)를 나누지 않으면 벌을 받을 것이다.' 하셨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들었나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야 쉬운 일이니라."하고는 곧 이불 속으로 들어 오게 하였다. 이후 13일 간이나 그 아이와 동침을 하였으나 끝내 흔들리지 않았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게 되자, 강매가 울길래, 내가 "아직도 정이 남아 있느냐?"하고 물으니, 그 아이는, "무슨 정이 있겠나이까?" 그저 무료하였기에 울 뿐입니다. 하였다.
그러자 옆에서 주관(主官)이 놀라며 말했다.
"강매는 고약한 냄새를 만년(萬年) 남겼고, 사군(使君)께서는 꽃다운 향기를 백세(百世)에 남기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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